10화-고객이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줄래?

10만 개 넘는 매장에서 특별함 찾기, 그건 바로 브랜드

byWenis Kunwoo Kim

10화-고객이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 이유를 말해줄래?

10만 개 넘는 매장에서 특별함 찾기, 그건 바로 브랜드

아인슈페너(왼)_크림 카페 라떼(오).JPG

현재도 후회가 많았다. 스스로에게 관대했고 높은 자존감으로 인해 거절은 일상이었다. 남 탓은 기본이었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남에 말을 들으려기보다 스스로 파헤치고 분석해서 계속해서 시도해 보는 타입이었다. 일은 벌여놓고 마무리는 늘 어려웠다. 매몰비용은 높아졌고 메시지는 부재했다. 멋들어지게 만든 공간은 서서히 스스로에게 잠식되었다.

물론 시기의 변화도 있었다. 가령 코로나로 인해 매출 변동성이 컸다거나 이것저것 시도한 건 경험이 되었다. 물론 값비싼 대가는 치르긴 했어도 말이다. 명확한 정체성은 이름뿐이었고 받쳐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매출이 가시적으로 떨어지고 고정비가 높아지면서 잔고는 바닥이 났다. 그러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처음에는 오픈 빨 인지 초보의 행운인지 매출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오른 거야. 원가계산 이런 건 나중에 하잔 생각으로 매출이 오르니까 이것저것 도전했었지, 매장확장도 준비는 안되었는데 좋은 제안이라 생각하고 빨리했고 심지어 공장도 차렸으니까. 직원들에게 친절한 사장도 되고 싶었어, 힘들다고 하면 일단 직원부터 뽑았지. 재밌는 가게가 하고 싶었어, 그래서 직원들의 의견도 다양하게 받았어. 성과급 명목으로 말이야. 이것저것 괜찮을 것 같아요 라는 의견에 맞춰서 메뉴도 쏟아졌지. 고객들의 재방문을 고려하진 않았어, 그냥 여기는 그런 곳이다라고 설득하려고 했어. 오빠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데 내가 볼 땐 정말 즐거워 보이는데 뭐가 문제야? 응 모든 게 문제였던 것 같아. 잘되니까 자존감은 높아졌고 거절은 일상이었는데, 계속해서 기회가 오는 건 아니더라고. 근데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어. 어떤 문제였는데?


우리가 지향하는 브랜드와 브랜드 메시지는 처음부터 잘 세팅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경험 있는 직원들의 의견을 채우고, 유행하던 것들은 모두 다 집어넣고, 재밌어 보이는 건 손님들도 재밌겠지 라는 생각에 분위기 좋게 만들려고 직원들의 태도도 눈감아 줬는데, 정말 모두 비용이었어. 그게 제살 깎아먹기로 돌아오더라. 문제는 코로나 끝나고 나서부터 시작됐어. 내수 중심으로 돈을 쓰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기존에 현금흐름은 이제 더 이상 돌지 않았지. 거시경제는 첨부터 나랑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게 가장 큰 오산이었어. 그러다 보니 기존 고정비, 재미비용, 도전비용들이 모두 문제가 되더라. 거기다 브랜드가 가야 할 정체성도 놓쳤던 것 같아.


카페 같은 푸시형 비즈니스는 결국 고객을 설득하게 만드는 비즈니스야. 끌려오는 게 아니라 강하게 미니까 우리 쪽에 와보는 셈이지. 그런데 브랜드는 정말 다르게 가야 해. 끌어오는 비즈니스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였어. 결국 투자유치를 하는 것도 수익모델 아니면 브랜드인데, 우리 같은 비즈니스는 소비자 접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되는 건 브랜드야. 브랜드에 대한 정의와 일관된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지점인데 그런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 맞아, 근데 브랜드에 대한 정의와 일관된 메시지 알겠어, 너무 브로드 하지 않아? 구체적이지 않고 늘 추상적이라 그 부분을 집어내는 게 어렵더라고.


투자유치를 하고 싶잖아 그러면 결국 숫자와 브랜드로 증명해야 해. 매출과 이익, 규모와 잠재가치와 같은 숫자가 1순위면 그다음은 브랜드야. 브랜드의 인지도, 영향력, 인식에 대해서 신경 쓴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엄청나지. 네가 말한 대로 추상적인 행위를 구체화하려면 결국 우리는 이 브랜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행위를 통한 비언어적인 표현이 그대로 제품과 공간, 이미지에서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거야. 가령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 어디서나 일관된 맛과 제품 그리고 표준화된 공간을 정의하잖아. 어디든 가기 편한 거고, 블루보틀이 또 주는 청량함도 느껴질 거고, 그러니까 같은 커피를 통해서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한 거냐가 중요하다는 거지.


브랜드는 고객에게 너와 너의 공간 그리고 너의 제품을 증명하는 최종 결괏값이라고 보면 돼. 그거에 맞춰서 일관된 메시지를 찾아서 보여주고, 시각화하고 채널도 운영하고,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반영하고 스토리를 구상하고. 유통망 확장과 제휴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행위를 해야 하지. 그러면 흔들리지 않도록 브랜드의 사명과 기준을 정해놓아야 해. 그렇게 해서 매출을 끌어올리고 매장을 확장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즐거움을 준다면 새로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Wenis Kunw···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미디어자몽과 피크니크 두 회사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하고싶은게 많고 호기심이 많아 늘 도전하지만 최근 조금씩 가지치기 하는 중입니다

5,68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9화-경기 흐름을 거스르는 카페 창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