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회용 마스크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마스크를 씌운다.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의 안위를 위해 마음의 일부분을 가리기. 드러내지 않기. 아니, 드러내지 못하기. 가리는 것 안에 가려진, 튀어나오거나 흩어지면 번져서는 안 되는 마음 조각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조각 없이 마음은 진심이 될 수 있을까. 아프게 하는 진심은 있으면서도 없어야 한다. 우리의 평안을 위해 삼켰던 나와 당신의 진심 조각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기우뚱한다. 그것들까지 우리의 마음일 텐데, 그것 없이 이루어진 우리의 평화는 과연 진정으로 평화로울까. 가린 것을 벗고 위험을 안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조금 위태로울지 모르지만, 남김 없이 서로의 조각들을 마주할 수 있을 텐데. 어떤 위험이든 감수하겠다는 무모함이 아니라, 용기가 조금 더 필요한 때가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과 아쉬움이다.
2 이발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러면 한 주 정도 못생겨진다. 강제로 끝을 잃은 머리카락들이 아우성이라도 치는 듯하다. 내 머리 돌려내, 내 머리 돌려내. (...?)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괜찮아진다며 달래는 것이 머리카락들의 마음인지, 내 마음인지 모르겠다. 당분간 거울 보기를 삼가야 한다. 그래야 마음까지 못나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은 이러한데, 현실에서는 거울을 더 찾게 된다. 더 못생겨지지 않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덜 못생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 들여다본다. 머리카락을 매만져 보지만 사실 별 소용은 없다. 그럼에도 부질없는 짓을 자주, 정성들여 한다.
시간이 지나야 하는,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런 일은 계속 들여다본다고 해서, 계속 만지작거린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을 쓴다고 바뀌는 것이 없다. 아니,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라도 수를 써야 하는데, 그러려는 의지를 접고 그저 시간에 맡겨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스스로 선택하기란 어렵다. 기다린다는 행위는 어쩌면 무력해지기를 적극적으로 택하는 것,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 환절기
자다 일어난 아이가 방으로 왔다. 목 중간쯤을 가리키면서, 콧물이 났는데, 여기까지 늘어졌다고 했다. 원아는 그저께 오후부터 재채기를 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초에 한 번씩 대여섯 번을 연거푸 하고, 또 조금 쉬었다가(?) 10초에 한 번씩 에취! 에이취! 으에이취!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제 눈이 계속 가려웠다.
바야흐로 환절기다. 사람을 여러모로 환장하게 하는 절기, 환절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 사람도 그저 자연의 한 부분일 뿐이다. 크고 굉장한 존재라는 착각, 그 비대한 자의식에서 벗어나기에는 재채기와 콧물과 가려움이 딱이다. 사람답다 생각하니 견딜 만하다.
4
마음의 자리를 비워 놓고 싶다. 와서 쉴 사람이 있을 테니. 눈치 보지 않고,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안전하다 느끼고 안심하도록. 누구나 앉거나 기대거나 눕거나 울거나 할 자리가 필요하니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들의 응원과 지지와 격려 같은 것을 먹고 산다.
5
할 수 있다면, 사랑하려고 할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이다. 그러니 사랑에 관심 없다고 하는 당신의 냉소에 속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