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

by영주

































1

사는 게 녹록지 않다. 누군가는 종일 서 있고, 누군가는 종일 걸어야 하고, 누군가는 종일 서성대야 한다. 누군가는 종일 일어나지 못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영원히 등을 돌려 누워야 하기도 한다.





2-1
가야 할 방향을 찰나에 놓쳐 거꾸로 갔다. 거꾸로 가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갔다. 돌아오는 데에 배나 시간이 들었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무언가는 하는 일인데, 돌아오는 일은 그저 견딤을 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때의 나를, 나의 그 실수를 견디는 것.





3-1
열두 해 하고도 넉 달을 산 곳에서 나와야 한다. 거처를 옮기는 일의 고됨을 여러 가지로 느낀다. 감정적으로 제법 부치는데, 그곳에서의 마지막 밤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곧바로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일이고, 그것이 또 환하고 아름답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이 덜 환하고 덜 아름다운 게 아니니까. 거기에 두고 와야 하는 것도 아닌데, 들고 나올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 결국 무엇도 놓기 싫은 욕심인가 싶기도 하고.





3-2
커다란 감정이 부담스러워서 외면하고 싶었다. 그치만 얼마 전 S와 나눈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 감정을 느끼는 나도 나로 직시하려고 했다. 음, 눈물이 난다. 여기는 카페고, 사장님이 눈앞에 있으므로 울기는 좀 그렇다. 그냥, 그런 이유로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그래, 끄덕끄덕한다.





4
이럴 때 글을 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2-2
어제 홍대입구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두 시간 걸렸다. 전철을 거꾸로 탔기 때문인데. 그 덕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사진도 몇 장 남아 좋았다. 오늘은 임시집(이사할 집에서 가깝다)에서 좋아하는 곳으로 걸어왔는데, 반절 넘는 길이 걷기에 좋고, 새의 지저귐이 들려 좋았다.





2-3
힘들게 하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 힘내라고 등을 펴 주는 일도 많다.






4 잘 사랑하는 사람에 관해


사랑이라면 뭐든 좋아서 사랑을 모았다. 내가 모은 것 중에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랑도 있었고, 사랑인 줄 알았는데 사랑이 아니었던, 사랑이 아니면서 사랑인 척하는 것들도 있었다. 오랫동안 가리고 추리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잘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사랑하는지. 그의 사랑은 어떠한지.


잘 사랑하는 사람은, 둘이 하나가 되자고 강요하지 않는다. 둘이 하나가 되지 않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오롯이 하나일 수 있도록 돕는다. 혼자라고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단단하도록 격려하고 지지한다. 상대와 함께 한 사랑을 바라본다. 그 사랑의 자장 아래 자연스럽게 유영한다.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반드시 사랑이 있을 텐데, 그 사랑의 모습은 어떤가 되묻게 된다. 구속하고, 침범해서 되려 파괴하는 사랑 아닌 모습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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