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NIA [한국지능정보슬롯진흥원] 디지털서비스 이슈리포트 2026년 9월호에 기고한 'AI 위협이 바꾸는 보안 시장의 구조'를 이곳 온라인카지노에서 공유합니다.
2026년 4월, 앤트로픽이 최신 모델 미토스(Mythos)를 발표하며 이 모델이 정교하게 방어된 기업 네트워크마저 자율적으로 뚫을 수 있다고 경고했을 때, 기업 보안 바카라임자들의 반응은 예산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돈을 '어디에' 쓸지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신생 보안 기업 자프란(Zafran)은 통상 수개월이 걸리던 대형 계약을, 미토스 발표 이후 5주 만에 대형 은행 세 곳과 연달아 체결했다.[1]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일반적인 기업의 보안 예산 총량은 완만하게 늘어난다. 가트너는 2026년 전 세계 사이버보안 지출이 2,400억 달러로, 전년의 2,130억 달러 대비 1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2] 그러나 이 완만한 총량 증가율 뒤에서, 예산의 내부 배분은 격렬하게 재편되고 있다. 전통적 취약점 관리 소프트웨어와 침투 테스트에서 예산이 빠져나가 직원의 AI 사용을 감시하고 취약점을 사전에 탐지하며 패치를 가속하는 도구로 흘러 들어간다. 2026년 기업의 약 70%가 보안 예산의 10% 이상을 AI 관련 투자에 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3]
주목할 것은 이 이동이 무작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금은 세 방향으로 정연하게 흐른다.
첫째, 위협이 지출의 방향을 결정한다. 공격이 프론티어 모델로 가속되자, 방어 예산도 같은 모델 위로 이동한다.
둘째, 무게중심이 레거시 벤더에서 AI 네이티브 도구와 'LLM 토큰 예산'이라는 신설 회계 항목으로 옮겨간다.
셋째, 이 재편의 최종 수혜는 수직통합을 갖춘 플랫폼으로 수렴한다.
이번 글은 보안 바카라임자가 무엇을 사야 하는지 나열하는 대신, 돈이 어디서 어디로 흐르며 누가 밀려나고 누가 올라서는가라는 시장 구조 자체를 해부한다. 레거시 스캐너의 수축, 신생기업에 열린 니치, 그리고 플랫폼으로의 지출 집중이라는 세 축이 향후 3년간 보안 시장의 균형점을 어디로 옮길지를 이야기해 본다.
한 벤더가 자사 모델의 위험성을 스스로 경고한 행위가 방어 시장 전체의 수요를 촉발했다는 사실은 이례적인 경우다. 보안 예산은 관성이 강하다. 위협이 논리적으로 그럴듯해도 실제 피해 전까지는 "우리에게는 아직 아니다"라는 판단이 지출을 지연시킨다. 미토스 발표가 이 관성을 깬 것은 능력의 도약 때문이 아니라, 그 능력을 날짜와 이름이 붙은 구체적 위협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막연한 리스크가 특정 모델·특정 시점의 문제로 고정되는 순간, 지출을 미루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는 구매 행태의 즉각적 반응이다. 시장을 움직인 변수는 실현된 손실이 아니라 위협 인식 그 자체였다. 여기서 보안 시장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기술 시장에서 위협을 만드는 주체와 해법을 파는 주체는 분리되지만, 프론티어 모델 시장에서는 위험을 경고한 공급자가 곧 그 위험을 방어하는 도구의 판매자로 시장 양쪽에 선다. 하나의 발표가 공포와 상품 포지셔닝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 구조가 인식을 지출로 전환시킨 근본 동력이다.
더 근본적인 사실은 공격자와 방어자가 동일한 프론티어 모델을 딛고 선다는 데 있다. 프론티어 모델은 방어의 도구인 동시에 공격자에게 열린 유례없는 역량이라는 이중적 실체를 갖는다. 공격의 무게중심은 사람이 AI의 도움을 받는 방식에서 AI가 공격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자율 공격 에이전트는 과거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리던 공격 사이클을 수 분 단위로 압축한다.
핵심은 비대칭성이다. 방어자는 모든 취약점을 빠짐없이 막아야 하지만 공격자는 단 하나의 틈만 뚫으면 된다. 균형이 무너졌고 공격자에게 비대칭적 우위가 생겼다. 이 비대칭은 곧바로 지출을 강제한다. 공격이 머신 스피드로 진행되는 이상 방어의 탐지·대응 시간도 한 자릿수 분 단위로 끌어내려야 하며, 이는 인력 증원으로 도달할 수 없는 목표다. 자동화와 AI에 지출을 쏟는 것 외에 선택지가 사라진다. 공격과 방어가 같은 기반 위에서 벌어지는 이상, 자금은 그 기반을 공급하는 프론티어 모델 제공자에게로 흐른다.
예산 재배치는 2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세 개의 구체적 지출 항목을 만들어냈다. 직원이 AI를 어떻게 쓰는지 감시하는 시스템, 해커보다 먼저 취약점을 탐지하는 AI 모델, 그 구멍을 신속히 메우는 AI 기반 패칭 도구다. 각 항목은 새로운 벤더 군과 대응한다. AI 사용 감시는 신생기업이, 취약점 탐지는 프론티어 모델 직접 호출과 구글이 인수한 위즈의 레드팀 에이전트가, 패칭 가속은 Tenable 같은 기존 벤더가 프론티어 모델을 얹어 채우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을 떠받치는 새 회계 항목도 등장했다. 보안 바카라임자들이 자사 환경을 스캔하기 위해 LLM에 지출하는 '토큰 예산(token budget)'이다.
이들은 기존 항목을 일대일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위협 범주가 만들어낸 순수 신규 수요다. 바로 이 지점이 예산 총량은 완만히 늘면서도 내부 배분은 격렬하게 재편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낡은 항목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이 새 항목으로 흘러드는 경로를 다음 장에서 해부한다.
빠져나가는 쪽부터 보자. 기업들은 보안 예산을 늘리면서도, 동시에 전통적 취약점 관리 소프트웨어와 정보 로깅 도구, 그리고 사람이 직접 약점을 찾는 침투 테스트 지출을 줄이며 절감을 모색하고 있다. 압박의 방향은 명확하다. 시스코, 센티넬원, Rapid7 같은 레거시 소프트웨어가 그 대상이다. 레거시가 재평가받는 논리는 냉정하다. 2025년 1월 이후 크리티컬 취약점의 55.7%는 탐지 시그니처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고, 시그니처가 나온 44.3% 중에서도 62%는 시그니처 배포 전에 이미 공격 코드가 유통되고 있었다.[4] 레거시 스캐너의 배치 방식이 프론티어 시대의 공격 속도를 구조적으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들어오는 쪽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전 회계에 존재하지 않던 '토큰 예산'의 등장이다. 보안 바카라임자들은 자사 환경을 스캔하기 위해 앤트로픽과 오픈AI의 LLM에 지출하는 토큰 예산을 일제히 늘리고 있다. 이 지출은 독특한 비용 곡선을 그린다. 선지출 후절감 기대라는 형태다. 데이터 백업 기업 Veeam은 앤트로픽의 미토스에 접근한 뒤 해당 영역 지출이 급증했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외부 침투 테스트 업체에 지불하던 비용을 줄여 이를 상쇄했다. 재배치가 한 회사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비용 곡선의 하강 가능성도 관측된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테스트 초기인 5월에 100만 달러어치가 넘는 미토스 토큰을 소진했지만, 이후 초기의 집중적 작업이 지나면서 노력이 꾸준히 줄어 유지보수 모드로 넘어갔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값비싼 프론티어 모델 대신 저가 모델로 주 1회 스캔을 돌려 회당 수백 달러 수준에서 운용하고 있다. 프론티어급은 탐지력이 높지만 비싸고, 일상적 스캔은 저가 모델로 충당하는 계층적 지출 구조가 자리 잡는 중이다.
이 두 흐름을 합치면 총량지표만 봐서는 놓치는 그림이 보인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지출은 2026년 2,4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5% 늘어난다. 완만한 증가다. 그러나 이 총량 아래에서 자금은 레거시에서 AI 네이티브로 격렬하게 이동하고 있으며, 2026년 기업의 약 70%가 보안 예산의 10% 이상을 AI 관련 투자에 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은 이 변화가 '재배치'라는 점이다. 예산이 두 배로 뛰는 것이 아니라, 같은 크기의 파이가 다르게 잘리고 있다. 한 기업의 보안 예산이 10~20% 늘어난다는 수치의 이면에는, 침투 테스트에서 빠진 돈이 토큰 예산으로 옮겨가는 내부 이동이 숨어 있다. 총량과 배분을 분리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재배치의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자금이 빠져나가는 쪽에 선 레거시 벤더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직접적인 압박을 받는 것은 취약점 스캐닝 3사(Tenable, Qualys, Rapid7)다. LLM 기반 스캐닝 도구의 등장이 LLM 이전에 만들어진 기존 제품들에 경쟁 위협을 가한다.
그러나 Tenable을 비롯한 일부는 AI 기반 도구가 자사 취약점 스캐닝 사업을 잠식할 것이라는 관측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프론티어 모델은 위험을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린다는 것이 그 근거다. 실제로 Tenable은 앤트로픽·오픈AI의 모델로 구동되는 패치 제안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으며, 미토스 발표 이후 수요가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 3사는 배치 방식에서 벗어나 연속·에이전트 기반 스캐닝으로 빠르게 무게를 옮기며 AI 시대의 요구를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센티넬원에 대한 지출을 재평가하고 있다. 조직 구성원이 AI 도구에 어떤 데이터를 입력하는지 탐지하는 영역에서 신생 AI 도구가 더 낫고, 두 대형 벤더의 유사 AI 기능은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 평가다. 신생기업이라는 구체적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형 벤더의 지출 재평가를 촉발하는 지렛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벤더의 반박은 이 서사를 정면으로 겨눈다. 크라우드스크라이크는 자사 AI 탐지·대응 솔루션이 출시 후 세 개 분기 만에 79배 성장했다고 하고, 센티넬원 역시 AI 보안 연간 반복 매출이 2분기에 전년 대비 세 배로 늘었다고 한다. 진실은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특정 신규 카테고리에서는 밀리고, 플랫폼 전체로는 성장한다
가장 정직한 지표는 인력이다. 시스코, 센티넬원, Rapid7은 올해 인력을 감축해 절감분을 신형 AI 제품으로 재투입했다. 주목할 것은 매출 감소의 원인이다. 고객의 지출 축소는 가격 민감성 때문이 아니라 "에이전트·AI 세계로 진화하는 능력"이 고객의 최우선 순위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객이 떠나는 이유가 값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이 진단은, 레거시 벤더가 처한 딜레마의 본질을 압축한다. 감원과 리더십 개편은 그 적응을 위한 비용이자, 전환이 실재한다는 증거다.
기회의 원천은 위협의 신규성이다. 신생기업이 파고드는 지점은 대형 벤더가 아직 잘 다루지 못하는, 불과 몇 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던 위협들이다. 이 부문에서는 내부 AI 사용을 모니터링하는 플루토 시큐리티와 취약점을 탐지하고 패치를 제안하는 피그 시큐리티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카테고리가 실재하는 시장인 이유는 위협의 규모에 있다. AI 도구에 공유되는 데이터 중 민감 정보의 비중은 2년 전 10.7%에서 34.8%로 급증했다.[5]
직원이 브라우저 탭 하나로 사내 기밀을 외부 모델에 흘려보내는 '섀도우 AI' 리스크는, 기존 보안 스택이 설계 단계에서 구상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공격면이다. 대형 벤더의 유사 기능이 아직 "훌륭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사이, 이 틈을 신생기업이 먼저 메우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속도다. 위협의 긴급성이 신생기업의 통상적 영업 사이클을 압축한다. 앞서 본 자프란의 초단기 계약 성사가 그 단적인 예다. 위협이 미토스처럼 날짜와 이름을 얻는 순간, 검증되지 않은 신생 벤더조차 대형 금융기관의 조달 문턱을 단숨에 넘는다. 레거시 도입에는 벤더 평가·보안 감사·예산 승인이라는 긴 절차가 따르지만, 신규 위협 영역에서는 긴급성이 모든 것을 앞선다. 신생기업에 열린 기회는 바로 이 속도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열린 기회가 신생기업의 독립을 끝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 너머에는 자금과 승자를 빨아들이는 수직통합 플랫폼 구조가 존재한다.
플랫폼의 보안 솔루션 흡수를 가장 선명하게 상징하는 사건은 구글의 위즈 인수다. 320억 달러 전액 현금, 사이버보안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 거래는 알파벳의 이전 최대 인수를 크게 웃돈다. 규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 거래가 드러내는 구조다. 하이퍼스케일러가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을 자사 수직통합의 사슬에 편입시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위즈의 레드팀 에이전트는 구글, 앤쓰로픽, 오픈AI의 모델을 활용해 취약점을 찾아내며, 구글의 배포 채널 위에 얹혀 즉시 수억 규모의 고객 접점을 확보한다. 이 인수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신생기업의 출구 전략 자체를 재정의한다. AI 보안에서 창업하는 것은 여전히 강력한 베팅이지만, 그 출구는 갈수록 독립 상장이 아니라 인수를 통한다. 그 결과 신생기업의 제품 설계 원칙마저 바뀐다. 깔끔한 API와 표준 데이터 포맷, 낮은 통합 마찰을 갖춘 '플랫폼에 임베드 가능한 모듈'이, 독자 플랫폼을 지향하는 제품보다 더 잘 인수된다. 최선의 성공이 독립이 아니라 편입으로 정의되는 순간, 신생기업은 처음부터 플랫폼에 삼켜지기 좋은 형태로 스스로를 만들게 된다.
보안 시장의 수직통합에는 다른 시장에 없는 결정적 변수가 하나 더 있다. 프론티어 모델 공급자가 위협의 근원인 동시에 방어 도구의 판매자로 시장 양쪽에 선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은 미토스의 자율 공격 능력을 경고하면서, 동시에 프로젝트 글래스윙 같은 조기 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그 모델을 방어용으로 기업에 공급한다.[6] 이 이중 포지션은 다른 벤더가 복제할 수 없는 구조적 우위를 만든다. 위협을 정의하는 자가 그 위협의 해법도 판다면, 시장의 수요 곡선 자체를 설계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방어 생태계 전체가 소수 프론티어 공급자의 모델 위에서 작동하는 이상, 토큰 예산으로 흘러든 자금의 상당 부분은 결국 이들에게 수렴한다. 위협과 상품이 한 공급자로 통합되는 이 구조가, 보안 시장 특유의 가장 깊은 수직통합이다.
세 번째 힘은 지출을 통합 플랫폼으로 몰아가는 조달 구조의 변화다. 2026년 시장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흐름은 다수의 포인트 솔루션을 하나의 벤더 관계로 묶는 대형 통합 계약이다. 기업들이 10개에서 20개의 개별 솔루션을 통합 플랫폼 하나로 대체하며 수천만 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플랫폼화'가 진행되고 있다.[7] 이 흐름은 지출을 소수의 상위 플랫폼 벤더로 집중시킨다. 하이퍼스케일러 통합 플랫폼은 이미 구축된 배포 채널과 AI 인프라 위에 보안 기능을 얹는 반면, 독립 '베스트오브브리드(best-of-breed, 단일 영역 최강 제품)' 벤더는 매번 별도의 벤더 평가와 통합 마찰을 통과해야 한다. 기능의 우수성에서 앞서더라도, 배포 채널과 통합 비용의 비대칭이 최종 선택을 통합 플랫폼 쪽으로 기울인다. 그 결과 독립 벤더에게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거나 인수되는 전략적 양자택일이 남는다. 재배치된 자금이 궁극적으로 어디로 수렴하는지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 위협이 촉발한 지출은 신생기업의 창을 잠시 열지만, 그 창을 통과한 자금의 종착지는 대체로 수직통합 플랫폼이다. 2025년 사이버보안 M&A는 총 9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0% 급증했고, 그중 3분의 1을 구글–위즈 한 건이 차지했다.
첫 번째 변수는 지금 폭증하는 토큰 예산이 어디서 안정되는가이다. 현재의 지출 급증이 영구적 비용 구조로 굳어질지, 아니면 초기의 정점을 지나 하강할지가 시장의 향방을 가른다. 관측된 신호는 후자를 시사한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초기의 집중적 작업이 지나면 노력이 꾸준히 줄어 유지보수 모드로 넘어간다고 평가했고, 실제로 초기 미토스 토큰 소진이 시간이 지나며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취약점의 초기 적체를 걷어내는 단계가 가장 비싸고, 그 이후는 증분적 유지 비용으로 수렴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하강이 곧 지출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공격 역시 진화하기 때문이다. 방어자가 축적된 취약점을 정리하는 동안 공격자는 새로운 공격면을 열고, 비용 곡선은 하강과 재상승을 반복한다. 팔로알토 네트웍스 스스로 균형이 깨졌고 공격자에게 비대칭적 우위가 있다고 진단한 이상, 토큰 예산은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항구적 예산 항목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정점은 지나가되, 베이스라인은 이전보다 높은 곳에 고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 변수는 이 재편에서 누가 우위를 굳히는가이다. 위협 인식이 지출을 촉발하고, 자금이 레거시에서 AI 네이티브로 이동하며, 신생기업이 니치를 열지만, 그 자금의 종착지는 수직통합 플랫폼이다. 승자의 조건은 개별 기능의 우수성이 아니라 통합 자산(배포 채널, 데이터, 인프라)의 보유 여부로 수렴한다. 이 구도에서 독립 벤더에게 남는 공간은 좁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프론티어 플랫폼이 수평적 기능 확장에 자원을 집중할수록, 특정 위협에 깊이 특화된 신생기업에는 오히려 차별화의 여지가 생긴다. 다만 그 성공조차 대체로 인수라는 출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결국 향후 승자는 두 부류로 정리된다. 통합 자산으로 지출을 빨아들이는 소수의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이 삼키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형태로 니치를 장악한 신생기업이다. 그 사이에서 어느 쪽도 아닌 레거시 벤더가 가장 불안정한 위치에 선다.
이 구조적 재편은 국내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분석이 국내 민간 기업과 정부·공공 조직의 보안 전략에 던지는 함의를 구조 관점으로 이야기해 본다.
첫째, 보안 예산을 총량이 아니라 배분의 문제로 다시 볼 때다.
예산이 몇 퍼센트 늘었는가보다 그 안에서 레거시와 AI 네이티브의 비중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가가 조직의 대응 속도를 결정한다. 특히 연 단위로 예산 편성이 되는 경직된 공공 조직에서는, 항구적 예산 항목으로 자리 잡을 토큰 예산을 기존 회계 틀에 어떻게 수용할지가 구조적 과제로 떠오른다.
둘째, 벤더 선택의 기준이 바뀐다. 오늘 도입하는 독립 보안 솔루션이 3년 후에도 독립적으로 존재할지, 아니면 플랫폼에 흡수되어 있을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위에서 다룬 인수 수렴은 벤더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조달 변수로 만들며, 이는 장기 계약과 감사 요건이 엄격한 공공 조달에서 특히 무겁게 작용한다.
셋째, 프론티어 공급자에 대한 의존이 곧 새로운 종속 구조임을 인식해야 한다. 방어 생태계 전체가 소수의 해외 모델 위에서 작동하는 이상, 토큰 예산은 편의인 동시에 특정 공급자에 대한 구조적 의존이다. 국가 안보·주권 데이터를 다루는 정부 조직에는 이 의존이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디지털 주권의 문제로 확장된다.
자체 플랫폼 역량과 대규모 고객 기반을 동시에 보유한 국내 IT 서비스 사업자에게, 이 재편은 위협이자 기회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가 보안을 수직통합하는 흐름은 압박이지만, 국내 조직의 규제 환경과 도메인 특화 요구는 범용 플랫폼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부·공공 부문의 경우 데이터 국외 이전 제약과 국산화 요구가 더해져, 해외 프론티어 플랫폼이 곧바로 침투하기 어려운 방어적 해자가 존재한다. 수평적 확장에 집중하는 글로벌 플랫폼과 달리, 수직적 깊이와 규제 대응 역량을 쌓는 국내 사업자에게는 차별화의 공간이 열려 있다. 재배치의 시대에 던져야 할 질문은 "얼마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의 지출과 역량이 어느 구조 위에 서 있는가"이다.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것이, AI 위협이 다시 그리는 보안 시장에서 전략을 세우는 첫걸음이다.
[1] The Information, “AI Threats Are Reshaping Where Companies Spend Their Cybersecurity Budgets”, 2026.09.08
[2] Picus Security (Gartner 인용), “How to Optimize Cybersecurity Budget in 2026”, 2026.02.02
[3] Crypto Briefing, “Security chiefs shift budgets to Anthropic, OpenAI for AI security solutions”, 2026.09.09
[4] runZero, “Legacy scanners are already too slow for today's exploits”, 2026.06.16
[5] Verax, “Shadow AI Risks: The 2026 Security Guide”, 2026.07.06
[6] 앤트로픽, “Project Glasswing”, 2026.04.07
[7] TechDogs, “Top 10 Cybersecurity Companies in 2026”, 202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