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매출 부풀리기 꼼수

by김영욱

지난주 오픈AI의 연환산 매출(ARR)이 700억 달러라는 숫자가 돌았습니다. 실제로는 500억 달러에 가까웠습니다. 200억 달러, 약 40%가 부풀려져 있었던 점을 파이낸셜 타임즈가 짚었습니다. 아무리 IPO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숫자 부풀리기가 도를 넘었습니다. 정정 보도가 나오자 엔비디아, 코어위브 같은 AI 인프라 기업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김PM의 입장에서 이 발표는 계산 실수라고 하기보단 현재의 ARR 지표 자체의 결함으로 보는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한 달 매출에 12를 곱하는 방식으로는 기업의 실체를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조금만 더 들어가 설명을 드려보면요.


1. 문제는 ‘×12’가 아니라 ‘R’입니다

ARR은 원래 SaaS의 언어입니다. 연간 구독 계약이 매달 같은 금액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이번 달 매출에 12를 곱해도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Recurring(반복)’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계약된" 이라는 근거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AI 매출의 상당 부분은 API 토큰 사용량 기반입니다. 종량제입니다. 신모델이 나온 달, 고객이 배치 작업을 몰아 돌린 달의 매출은 다음 달에 반복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즉 오픈빨이라고 할 수 있죠.


식당으로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일년 중 가장 성수기인 연말 토요일 저녁 매출에 365를 곱해서 "우리 식당 연 매출"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것은 정직하지 않은 엄청나게 부풀려진 숫자가 됩니다.


종량제 매출에 SaaS에서 가져온 ‘R’을 빌려 붙이는 순간, (계약된) 구독 모델이 쌓아온 신뢰까지 함께 빌려 쓰게 됩니다.


2. 뺄건 빼고 계산합시다.

두 번째 문제는 AI기업에게는 매우 크리티컬한 "클라우드 프로바이더에게 가는 몫을 매출에 포함하느냐 마느냐"입니다.


백화점 매출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입점 브랜드가 판 금액 전체를 매출로 볼 수도 있고, 백화점이 받는 수수료만 매출로 볼 수도 있습니다. 같은 백화점이라도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규모가 몇 배씩 달라집니다.


이렇게 클라우드에 지불할 비용을 뺴기 전 ARR은 내 주머니에 남을 것과는 꽤나 차이가 큽니다.


3. 고객사의 엑셀에도 ‘×12’가 숨어 있습니다

이 문제는 IPO를 주관하는 투자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엔터프라이즈 IT 현장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됩니다.

AI 파일럿 첫 달에 나온 토큰 비용에 12를 곱해 연간 예산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파일럿은 사용자도 적고 프롬프트도 단순합니다. 전사 확산 후에는 사용량 패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반대로 초기 호기심이 사그라들면서 사용량이 급감하기도 하죠. AI 비용은 구독료처럼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조직의 업무 습관에 따라 움직이는 변수입니다. AI FinOps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픈AI나 앤쓰로픽의 이런 확실하지 않은 숫자 문제는 실제 상장을 하면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그때부터는 모든 숫자가 감사 대상일테니까요. 결국 이건 숫자의 정확성 문제가 아니라 AI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을 '반복'이라 부를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여러분 조직의 AI 예산은 '계약된 미래'에 기반하고 있나요, 아니면 '곱하기 12의 미래'에 기반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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