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다는 말 뒤에 가려진 창작자의 시간
컵라면 하나를 먹으려면 적어도 3분은 기다려야 한다.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뒤 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2분 만에 뚜껑을 열기도 하지만, 덜 익은 면을 씹는 것은 본인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 요즘은 바카라표지 하나를 만드는 데 1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AI 덕분이다.
원하는 그림을 설명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럴듯한 이미지가 나타난다. 컵라면이 익기도 전에 바카라표지가 완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AI를 활용해 바카라표지를 제작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원하는 장면을 이미지로 만드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얼마 전 넓은 들판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걷는 장면을 요청했다. 제법 근사한 그림이 나왔다. 그런데 인물의 표정이 어색했다. 다시 수정했더니 이번에는 배경이 달라졌다. 배경을 고쳤더니 처음에 괜찮았던 구도까지 틀어졌다.
AI는 가끔 아주 성실하게 엉뚱한 일을 한다.
분명히 배경만 수정해 달라고 했는데 인물까지 바꿔놓는다.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하면 전혀 다른 그림을 가져온다. 이쯤 되면 AI의 인공지능보다 내 인내심을 먼저 시험하게 된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얻어도 끝이 아니다.
바카라 크기에 맞춰 이미지를 조정하고 제목과 저자 이름을 배치해야 한다. 바카라등 두께를 계산하고 인쇄용 해상도와 색상 모드도 확인한다. 화면에서 멀쩡해 보이던 그림이 실제 인쇄 규격에 맞추면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다.
그런데 SNS에서 AI로 제작한 바카라표지에 관한 댓글을 읽다 보면 조금 씁쓸해진다.
"AI로 뚝딱 만들어서 돈 벌려고 하네."
"이제는 누구나 쉽게 바카라을 만들겠네."
물론 AI로 만든 이미지가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다. 부자연스러운 그림도 많고, 저작권 문제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하지만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과정에 들인 노력까지 가볍게 평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AI가 그림을 생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다. 그러나 그 그림이 바카라의 내용과 어울리는지 판단하고, 수정하고, 실제 인쇄할 수 있는 표지로 완성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하자면, 이 글에 사용할 썸네일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몇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
AI 캐릭터가 이미 완성한 그림을 화면에 띄워놓고, 아직 익지도 않은 컵라면을 향해 비웃듯 말하는 장면이다.
"아직도 안 됐어?"
그림은 금방 나왔다. 그런데 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장을 고쳐달라고 요청하고, 다시 확인하고, 또 수정했다.
고작 썸네일 한 장인데 말이다.
그 짧은 수정 과정에서 겪은 감정 소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군가는 AI로 뚝딱 만들었다고 하겠지만, 컵라면이었다면 진작 불어 터졌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