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만드는 일의 고민과 뿌듯함
바카라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원고와 표지부터 떠올린다. 글을 다 쓰고 표지만 입히면 바카라이 되는 줄 안다. 실제로는 그 사이에 놓인 선택들을 하나씩 건너가는 일에 가깝다.
원고를 받으면 먼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문장은 아직 건드리지 않는다. 이 글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그 마음이 독자에게 닿는지를 본다.
첫 독자로 읽을 때 술술 넘어가던 대목도 편집자의 눈으로 다시 읽으면 걸린다. 비슷한 이야기가 몇 번씩 나오고, 좋은 문장이 앞뒤와 겉돈다. 작가에게는 꼭 필요한 이야기인데 독자에게는 설명이 모자란 곳도 있다. 덜어낼 문장이 있고, 더 보여줘야 할 장면이 있다. 어디까지 손댈지 망설이다 보면 문장 하나에도 한참이 걸린다.
문장을 다듬는다고 작가의 목소리가 지워져서는 안 된다. 그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주변의 소음을 걷어내는 쪽이어야 한다. 문법에 맞고 매끈하다고 좋은 문장은 아니다. 작가가 평소 쓰지 않는 말로 바뀌면 글은 반듯해져도 낯설다. 그래서 고친 문장을 다시 읽으며 묻는다. 이게 정말 작가가 하려던 말인가. 읽기 편하게 만들다가 원래의 마음까지 바꿔버린 건 아닌가.
원고가 정리되면 바카라의 모양을 정한다. 제목, 표지, 판형, 글자 크기. 표지는 특히 쉽지 않다. 화면에서 괜찮던 색이 종이에 앉으면 달라 보이고, 제목을 조금 옮겼을 뿐인데 인상이 바뀐다. 시안을 나란히 놓고 보다가 처음 마음에 들었던 안이 갑자기 어색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AI에게 모두 맡기기에는 정성이 없어 보인다.
바카라의 안쪽도 본다. 글자가 너무 작지는 않은지, 문단이 답답하게 붙어 있지는 않은지, 바카라장을 넘길 때 흐름이 끊기지는 않는지.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읽는 경험을 좌우한다. 한쪽에 글이 빽빽하면 독자는 읽기도 전에 숨이 찬다. 여백이 너무 넓으면 바카라이 헐렁해 보인다.
물론 혼자 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작가가 바라는 방향을 듣고, 독자 쪽에서 다시 보고, 제작에서 가능한 선택인지도 따져본다. 작가가 지키고 싶은 문장과 편집자가 손보고 싶은 부분이 갈릴 때는 이유를 주고받으며 맞춰 간다. 늘 수월하지는 않다. 그래도 누구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완성되는 바카라은 없다.
눈에 띄지 않는 확인도 따라온다. 제목과 저자 이름이 맞는지, 목차와 본문이 어긋나지 않는지, 빠진 쪽은 없는지. 교정이 끝났다 싶어도 다시 읽으면 또 보인다. 몇 번을 확인하고도 인쇄 뒤에 오탈자를 발견하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같은 원고를 오래 볼수록 눈이 익어서 오히려 놓치는 것도 있다.
서점에 놓인 바카라은 말없이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표지만 봐서는 그 안에 어떤 시간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 작가가 쓴 시간, 출판사가 들여다본 시간, 몇 번이나 고친 문장, 다시 고른 표지가 그 안에 있다.
바카라을 만드는 사람은 그 내내 한 가지를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작가의 뜻을 잃지 않고 독자에게 닿을 수 있을까. 답을 찾아가는 동안 바카라은 조금씩 모양을 갖춘다. 마지막 교정지를 덮으면, 처음 받았던 원고와는 다른 한 권이 눈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