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가 뭐라고

몇 권의 판매가 바카라의 가치를 말해줄 수 있을까

by유블리안

바카라을 만들고 나면 전에는 별로 관심 없던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몇 권이 팔렸는지, 어느 지점에서 주문이 들어왔는지, 이번 주에는 몇 위인지.


순위가 올라가면 기분이 좋다. 나 역시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니 그런 숫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들여 만든 바카라이 많은 독자에게 선택받는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베스트셀러가 뭐라고 우리는 이렇게 순위에 마음을 빼앗기는 걸까.


지난 9월 9일, 씁쓸한 기사를 하나 읽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자신의 신간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기 위해 바카라을 사재기한 혐의로 40대 작가와 이를 도운 50대 출판사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전국의 한 대형서점 매장을 돌며 해당 바카라 1,631권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기간 전체 판매량 11,135권 가운데 약 14%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그 결과 분야별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가 3·4위권에서 2·3위권으로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광고비를 쓰는 것보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는 편이 홍보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참고 기사: 연합뉴스, 2026년 9월 9일
「"베스트셀러 순위 올리려고"…1천600권 사재기한 작가 기소」


기사를 읽으며 한동안 숫자 하나가 눈에 남았다.


1,631권.


바카라을 만드는 사람에게 1,631권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그 한 권 한 권이 실제 독자에게 건너갔다면 작가에게 얼마나 벅찬 숫자였을까.


그런데 그 바카라들이 독자에게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위를 움직이기 위해 구매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 바카라은 정말 좋은 바카라이 된 걸까.


판매량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도 바카라이 팔려야 계속 글을 쓸 수 있고, 출판사도 바카라이 팔려야 다음 바카라을 만들 수 있다. 바카라 역시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이다.
하지만 바카라은 상품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 문장 때문에 오래 미워했던 사람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어떤 사람은 바카라장을 덮은 뒤 친구에게 바카라을 건넨다.


“이거 한번 읽어봐.”


나는 그런 순간에 바카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카라은 얼마나 많이 팔렸느냐보다 몇 명의 독자 마음을 움직였느냐로 평가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면 작은 분야에서는 몇 권의 판매만으로도 순위가 크게 움직이는 모습을 종종 본다. 오늘 상위권에 있던 바카라이 며칠 뒤 한참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고, 보이지 않던 바카라이 갑자기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순위는 바카라의 성적표라기보다 그 순간의 판매 흐름을 보여주는 숫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1위가 됐다고 어제보다 문장이 좋아진 것도 아니고, 다음 주 순위가 내려갔다고 바카라 속 이야기가 갑자기 초라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순위를 바카라의 가치와 겹쳐 읽는다.
아마 ‘베스트셀러’라는 이름 때문일 것이다.
가장 많이 팔린 바카라이라는 뜻인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것을 가장 좋은 바카라이라는 뜻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물론 많이 팔리는 바카라이 좋은 바카라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바카라이 반드시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 순위에도 들지 못한 바카라 한 권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되는 바카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나 역시 숫자에 너무 취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바카라이 1위가 된다면 당연히 기쁠 것이다. 캡처해 두고 한참 들여다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숫자가 바카라의 전부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이번 사건은 돈을 들여 베스트셀러 순위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독자의 공감이다.


돈을 주고 얻은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이 정작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순위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순위표는 다음 주면 바뀐다.
하지만 바카라장을 덮은 뒤에도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홍보도 열심히 해야 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바카라을 노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그 과정 역시 숫자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향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제 베스트셀러 순위를 볼 때마다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다.


이 바카라은 몇 위에 올랐는가 보다 몇 사람의 마음에 들어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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