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서가가 아니어도 괜찮은 이유
첫 번째 전자바카라을 세상에 내놓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이자 마케터였고,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마우스로 '업로드' 버튼을 누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세상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림도 없었고, 축하 메시지도 없었다. 플랫폼 어딘가에 바카라 한 권이 조용히 올라갔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열 권 가까운 전자바카라을 냈고, 작가를 직접 영입해 종이바카라까지 만들었다. 규모로 따지면 여전히 작다.
그 작음이, 내가 지금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큰 조직은 작은 목소리를 자주 놓친다. 나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1인 출판사는 느리다. 홍보 예산도 없고, 유통망도 부족하다. 바카라이 나와도 서점 한쪽에 조용히 꽂혔다가 그대로 사라지는 일이 없지 않다. 이 한계를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작가들이 찾아온다.
"제 글이 바카라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수준인가요?"라며 조심스레 다가오신 작가님들이 너무 반갑고 고맙다.
그분들의 마음을 잘 안다. 내가 글을 썼고, 내가 그 불안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출간 전날 밤, 이 글을 아무도 읽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며 뒤척이던 그 감각을 나는 아직 갖고 있다.
교정 하나를 건넬 때도, 제목을 바꾸자고 할 때도, 표지 시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릴 때도 — 나는 그 사람이 이 원고를 쓰기 위해 무엇을 버텼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 바카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쓴 사람이니까. 나는 그 옆에서 더 잘 보이도록 돕는 역할이다. 그래서 설득이 아니라 납득이 이루어진다.
내가 원고 앞에서 먼저 꺼내는 것은 계산기가 아니다.
잘 팔릴 바카라 보다 오래 남을 바카라을 먼저 묻는다. 물론 표지가 눈길을 끌고 디자인이 아름다울수록 좋다. 그건 안다.
하지만 겉이 화려하고 내용이 부실한 바카라은 오래가지 않는다. 반짝 팔리다 사라지는 바카라이 아니라, 몇 년 후에도 누군가의 서랍 속에 남아 있는 바카라을 만들고 싶다.
작가마다의 색깔과 메시지를 최대한 살리는 것, 글이 더 빛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딜레마는 늘 있다. 비용을 높여 고급스럽게 만드느냐, 수익이 덜 나더라도 작가의 글을 세상에 내보내느냐.
나는 후자를 택한다. 돈을 많이 들인 바카라이 반드시 더 좋은 바카라이 되는 건 아니다. 작가가 마음 놓고 글을 쓰고, 출간의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 자리가 작아도 괜찮다. 처음부터 크지 않아도 된다. 물론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라는 한계에 부딪힌 적도 있다.
그 이유로 평가절하되는 일도 경험했다. 하지만 그 과정도 성장의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최대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 더 노력하고 연구하게 된다.
도서출판 카이의 바카라은 지금 교보문고에 꽂혀 있다. 아직 유명하지 않으니 메인 서가는 아니다. 구석 어딘가, 손이 잘 닿지 않는 자리일 수도 있다.
그래도 서점 어딘가에 내 바카라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이다. 처음 그 바카라을 발견했을 때 사진을 찍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손이 먼저 움직였다.
언젠가 메인 서가에 수십 권이 진열되는 날을 상상한다. 아직은 상상이지만, 상상을 멈추지 않는다.
예산은 늘 부족하고,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은 매번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진한 실적 앞에서 작가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다. 바카라 한 권을 사주는 독자에게 감사한 것도 그래서다. 한 명이라도 읽어준다는 건, 누군가의 시간에 보답하는 일이다.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긴 적이 없다.
그래도 다음 원고를 기다린다. 내가 아직 그 무게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완성된 바카라을 손에 쥔 작가의 얼굴을 알기 때문이다.
그 순간과 경험치가 쌓여서, 나는 다음 원고로 넘어간다. 작은 출판사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조금씩 더 잘 만들면서.
작지만 넓은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그런 출판사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