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의 발칙한 상상
어릴 적 한 번쯤 꿈꿔봤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거울 속에 내가 없는 날.
누구의 시선도, 어떤 제약도 없는
단 하루의 완벽한 자유.
여러분이라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
나는 일단 회사부터 간다.
매번 내 간식을 가져가는 그 동료.
그의 모니터에 포스트잇 하나를 붙여놓는다.
범인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는다.
카페에선 빨대를 살짝 들어 올린다.
냅킨을 스르륵 바닥에 떨어뜨린다.
“어? 방금 뭐지?”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혼자 피식 웃는다.
오후엔 조금 더 진지해진다.
문 닫힌 미술관에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전시실 한가운데 서서
고흐의 붓 터치를 코앞에서 바라본다.
그 조용함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
표를 못 구해 아쉬웠던 BTS 콘서트장에도 간다.
맨 앞줄 정중앙 자리에 앉는다.
음료수 컵만 둥둥 떠다닌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니까.
저녁엔 지하철을 탄다.
굳이 목적지는 정하지 않는다.
지친 표정의 온라인 게임인,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빛의 학생,
창밖을 보며 조용히 웃는 어르신.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얼굴들을
오늘만큼은 천천히 들여다본다.
살아 있는 드라마가 여기 있다.
마지막은 골목 어딘가의 길냥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건다.
“오늘 하루 어땠어?”
고양이는 나를 보지 못한다.
다만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만 갸우뚱한다.
그것도 충분히 다정하다.
물론 현실은 조금 복잡하다.
옷은 그대로 보일 테니
사실상 알몸으로 돌아다녀야 하고,
문마다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그리고 투명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귀가해야 한다.
어쩌면 자유보다 먼저 필요한 건
상당한 민첩성과 뻔뻔함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하루쯤은,
그런 소동마저 즐거울 것 같다.
투명인간은 될 수 없어도 괜찮다.
가끔은 상상 속에서라도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필요하니까.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