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검찰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후배들을 만났다. 편한 사이다 보니 평소보다 말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역시 주된 화제는 친정인 검찰이 폐지되는 문제였다. 뚜렷한 답이 없는 문제인데도 각자 의견이 달라 말이 많아졌다. 평소 말을 많이 하지 않던 나도 그 분위기에 휩쓸렸다. 때로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고, 내 말을 서둘러 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끊거나 끝까지 듣지 않기도 했다. 오늘 아침,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우리는 참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 때도 많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말이 필요한데, 정작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한 말을 상대가 다르게 받아들일 때도 있고, 내가 한 말에 대한 상대의 반응이 썩 좋지 않을 때 뻘쭘해지기도 한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 오히려 소통을 해치는 것이다. 뭔가 자꾸 어긋난다는 느낌이랄까. 가까운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말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그래서 그런지 묵언 수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을 줄이고 차라리 침묵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른 사람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상대의 의중을 헤아린 다음 할 말을 찾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우리는 침묵을 그다지 편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대화가 잠시 끊기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고, 상대가 아무 말이 없으면 그 침묵에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그러다 괜히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 말 없이 함께 있는 시간이 편할 때도 있고,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에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고요한 시간이 좋았다. 가을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가을에는 말을 조금 줄이고, 침묵하는 시간을 더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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