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이유가 없었는데

by서영수

사랑이란 본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시작할 때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그냥 좋다. 왜 좋은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오히려 말문이 막힌다. 좋은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싶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처음의 감정이 조금씩 희미해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상대의 허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불편한 점들이 하나씩 생겨난다. 그때부터 사랑에는 이유가 붙기 시작한다.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맞지 않고, 더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다.


시작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추상적이지만, 끝은 헤어져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는 점에서 구체적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구체적인 것은 추상적인 것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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