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실제로 닥쳐온다면

안톤 체호프 ㅡ 지루한 이야기

by서영수

“만일 죽음이란 것이 실제로 닥쳐온 위험이라면 나는 그것을 교사이자 학자이자 그리스도교 국가의 시민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맞이해야 하겠지. 즉 용감하고 평화로운 영혼으로 말이야. 그렇지만 나는 지금 피날레를 망치고 있어.”


안톤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 바카라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지루해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살아 있는 자들에게 생소한 죽음을 성찰하는 이야기인 탓일까.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비애와 절망감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 우리는 모두 약해진다. 살아 있는 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주인공 역시 죽음이 가까워지자 평정심을 잃고 흔들린다. 자신은 학자답게, 인간답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불안과 짜증, 냉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피날레를 망치고 있다'고 자조한다.



주인공 니콜라이 스테파노비치는 교수로서 슬롯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고민한다. 나이 듦에 대해, 곧 닥쳐올 죽음에 대해. 그 생각만 하면 매사가 짜증스럽다. 아내와 딸의 말과 행동마저 가식적으로 느껴지고,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그에게도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꿈같은 결혼 생활을 했고 사랑하는 자식들도 얻었다. 슬롯에서는 명예와 높은 지위를 얻었다. 만인의 부러움을 받을 만한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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