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전쟁과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죽음이 일상이 된 시대에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잠시나마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러시아 전선. 독일군 병사 에른스트 그래버는 2년 만에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곳은 그가 기억하는 고향이 아니다. 도시는 연이은 공습으로 폐허가 되었고 자신이 살던 집도 무너져 있다. 부모가 살아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래버는 부모의 행방을 찾아다니다 학창 시절 알고 지냈던 엘리자베스를 만난다. 그녀 역시 혼자다. 아버지는 독일의 승리를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가 있고, 엘리자베스는 언제 공습이 닥칠지 알 수 없는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전쟁은 두 사람 모두에게 가족을 빼앗았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의 기반까지 무너뜨렸다.
그런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결국 결혼한다.
처음부터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사랑은 아니었다. 그래버에게 허락된 휴가는 불과 몇 주뿐, 휴가가 끝나면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버는 언제 죽을지도 알 수 없고, 엘리자베스 역시 폐허가 된 도시를 떠나지 못한 채 불안한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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