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그리웠고 닿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던

by서영수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게 됐는데, 그 사람이 애초부터 나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을 접는다고 그 사람에 대한 감정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음이 가는 대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도 없다. 내가 그 입장이 된다면 끝날 때 끝나더라도 한번은 마음을 표현해보는 쪽을 선택할 것 같지만, 막상 현실에서 이 문제와 부딪힌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청준 작가의 소설 <젊은 날의 이별>이 그 이야기이다. 1970년대 초에 발표된 작품이다. 휴대전화는 물론 없었고, 편지와 공중전화, 집 전화로 마음을 전하던 시절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다고 사람이 주고받는 감정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과 이별은 인간 역사의 공통된 주제이기 때문이다.


풋풋한 여고생이 주인공. 이름도 그 시절에 흔한 '미영', 시골에 사는 이종사촌인 지훈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미영의 집에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척 관계로 맺어진 사이니 애초부터 두 사람은 남녀 관계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미묘한 신경전 끝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벽. 지훈은 미영을 떠남으로써 고독 속에서 그 한계를 받아들였고, 미영 또한 조금씩 지훈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을 다스리기 시작한다.



내가 이 소설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두 사람의 감정이 변해가는 과정과 그것을 드러내는 편지였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때에는 오히려 마음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던 지훈은 미영에게서 멀어진 뒤에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지훈은 미영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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