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다자이 오사무하면 『인간 실격』의 작가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차례로 읽다 보면, 자기혐오와 절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생활의 비루함에 끊임없이 좌절하면서도 문학만큼은 쉽게 놓지 못했던 사람. 단편소설 『팔십팔야』에는 그런 다자이 오사무의 모습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이다.
글을 쓰지만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절망하고 힘들어하는 작가 가사이 하지메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통속소설을 쓴다. 그러나 그런 생활을 더는 참지 못하고 없는 돈을 끌어모아 현실 도피성 여행을 떠난다. 냉정한 현실과 타협하며 통속소설을 써야 하는 비굴한 자신을 더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아직 낭만이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족을 부양하고 세속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 그저 열심히 글을 쓰는 바람에 나이에 비해 늙어버렸다고 한탄한다. 그는 말한다.
‘자신은 매우 가난하다고. 최근에는 꽤 열심히 통속소설을 쓰고 있지만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괴로움에 발버둥 치다가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그래서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래도 한 가지는 알고 있다고. 바로 한 치 앞에 어둠이 있다는 것.’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신슈로 여행을 떠났지만 여행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만나고 싶었던 여관의 여종업원은 다른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바쁘고, 그는 혼자 술을 마시다 아침을 맞는다. 현실을 피해 낯선 곳으로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는 ‘도대체 당신은 최근 이삼 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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