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가 악마인가

by서영수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악마」. 제목이 악마라고 해서 실제로 악마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에서 악마는 인간의 밖에 존재하는 어떤 존재라기보다, 인간이 자기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욕망과 자기기만에 가깝다. 인간은 때에 따라 선한 사람으로 살기도 하고, 악하게 살기도 한다.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현실과 당위 사이에 놓인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소설은 잘 보여준다.


주인공은 예브게니 이르티네프다. 그는 귀족으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정부 내각에서 일하는 장래가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어 보였지만, 그 시대의 다른 젊고 건강한 미혼 남성들처럼 별다른 죄의식 없이 여러 여성과 자유분방한 관계를 맺었다.


상속받은 영지를 경영하기 위해 시골에 가게 된 그는 여러 일을 처리하면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도시와 달리 시골에서는 성적 욕구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여긴 그는 그곳에 사는 유부녀 스테파니다와 관계를 맺고, 결혼 전까지 그런 생활을 이어간다.


문제는 결혼한 뒤에도 그녀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스테파니다가 자신을 유혹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자기 안에서 되살아난 욕망에 스스로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를 피하고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어떤 연유인지 종종 그의 앞에 나타나 묘한 미소를 띠며 바라보는 그녀 앞에서 그의 의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그녀를 악마로 만든 것은 그녀의 행동이라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스테파니다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보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자극하고 평온한 삶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겼다. 자신이 시작하고 이어온 관계에 대한 바카라임보다, 그 관계 때문에 고통받는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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