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산바카라을 하다가 갑자기 비가 내려 온몸이 흠뻑 젖었다. 우산 없이 간 게 화근이었다. 일기예보에도 그 시간대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없었는데, 장마철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게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이내 빗줄기가 굵어졌다. 나만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비를 피해 보려고 했지만,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냥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시원했다. 운동화가 젖어서 불편했지만, 피할 수 없는 비를 그대로 맞고 뛰다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어쩌면 사람은 피할 수 없는 것 앞에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분명하게 마주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오래전 읽었던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에는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명상록』에서 언급한 글이 인용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 단 한 번뿐이므로, 네 인생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너는 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았고, 행복할 때도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인 듯 취급했다.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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