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무진기행
6월의 마지막을 앞둔 밤. 가는 세월이 아쉬워서 그런지, 아니면 지난 시절이 그리워서 그런지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다. 오래전 읽었던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떠올랐다.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가 결국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마는 사람의 이야기가, 그 밤에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무진기행〉은 주인공이 안개가 자욱하게 낀 무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시작되는 소설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함축적이다. 특히 무진의 안개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먼 곳에 있는 것들로부터 떼어놓았다. 안개는 현실을 잠시 흐리게 만들고, 잊고 있던 감정과 오래전의 자신을 불러내는 장막이었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길 때가 있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고 만다. 인연은 사연이 있는 한 편의 소설과 같은 것인데, 그 사람은 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무진에 사는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함께해서 좋았던 시간. 그는 그녀와의 짧은 인연을 뒤로하고, 자신을 데리고 가 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끝내 들어주지 못한 채 다시 가족이 있는 서울로 향한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쓴 편지의 일부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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