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삶을 품을 때

by서영수

지난 주말은 무척 더웠다. 낮에는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섰고, 아직 열대야까지는 아니었지만 밤에도 좀처럼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뜨거운 하루였다. 세상이 보온밥솥에 담긴 밥 한 그릇 같던 날씨. 사람들은 찐득하게 엉긴 밥알처럼 서로를 못 견뎌했다. 무자비한 태양이 산 너머로 사라진 후에도 열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밤늦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교복도 벗지 않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몸에 간신히 남아 있던 영양분이 모두 바닥난 느낌이었다. 여름도 겨울도 잔인하다."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에 나오는 글이다. '어느덧 6월 중순, 벌써 한여름처럼 덥다.' 아마 나라면 이 정도 표현에 그쳤을 것이다. 아니면 '찌는 듯이 더운 하루였다' 정도로 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가는 더위 자체를 설명하지 않고, 더위 속에 놓인 세계와 사람의 감각을 보여준다.


세상이 보온밥솥에 담긴 밥 한 그릇 같고, 사람들은 찐득하게 엉긴 밥알처럼 서로를 못 견뎌한다는 표현은 다시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만든다. 그 문장만으로도 얼마나 더운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내가 바카라을 읽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문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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