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눈앞이 흐려진다고 해서 세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다만 또렷이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어쩌면 지금의 답답함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모든 것을 시계 제로로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윤곽만 잠시 흐려졌을 뿐인지도 모른다.
답답한 마음에 동네를 걸었다. 추위가 풀려서인지, 명절 연휴가 시작되어서인지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미세먼지가 오든, 예상치 못한 재난이 닥치든 삶은 결국 계속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흐린 하늘 아래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 같은 천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이든 관계든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면 문득 그에 대한 일화가 떠오른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누군가 그에게 왜 톨스토이처럼 정돈된 글을 쓰지 못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쫓기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자신은 늘 빚과 마감에 쫓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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