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Z로 읽는 세상의 진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꼭 먹어보고 싶어 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치킨이라고 한다.
과장된 이야기도 아니다.
2025년 해외 22개 도시 소비자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식 치킨은 최근 1년 동안 가장 자주 먹은 한식 1위로 나타났다. 앞으로 먹어보고 싶은 한식에서도 한국식 치킨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26년에는 전국의 치킨과 지역 닭요리, 관광지를 연결한 ‘K-치킨벨트’까지 만들어졌다.
치킨이 한 끼 음식에서 한국을 경험하는 관광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치킨은 한국의 전통 음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지금은 김치나 비빔밥 못지않게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 되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치킨도 진화할까? 아니 진화하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치킨은 S커브의 어느 단계에 있을까?
앞으로의 치킨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이 글을 쓰기 시작하니 벌써 치킨이 먹고 싶어진다.
(우리 집은 치킨 배달권이 아니다.)
그래도 일단 분석부터 해보자.
닭으로 만든 요리는 아주 많다.
삼계탕도 있고, 닭볶음탕도 있고, 닭갈비와 찜닭도 있다. 닭발과 닭똥집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범위를 조금 좁히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치킨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떠올리는 프라이드치킨과 그 변형이다.
프라이드치킨을 중심으로 양념치킨, 간장치킨, 순살치킨, 오븐치킨, 반반치킨과 다양한 소스 치킨까지 포함한다.
프라이드치킨의 기원을 KFC에서 찾는 경우가 많지만, KFC가 튀긴 닭요리 자체를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적인 프라이드치킨이 표준화되고 대중화되는 과정을 설명할 때 KFC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KFC의 창업자인 할랜드 샌더스는 1930년 미국 켄터키에서 여행객들에게 닭요리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압력조리 방식을 이용해 조리시간을 줄이고 맛을 표준화했다. 프라이드치킨이 개인 요리사의 음식에서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상업적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후 미국식 프라이드치킨이 유입된 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한국식 치킨으로 변해갔다. 특히 1980년 무렵 등장한 양념치킨은 튀긴 닭에 한국식 단맛과 매운맛을 결합하면서 기존 프라이드치킨과 다른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우리가 분석하려는 것은 바로 그 흐름이다.
TRIZ에서 기능은 일반적으로 어떤 대상의 특성을 변화시키거나 유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치킨이라는 시스템의 대상은 사람일까?
치킨은 사람을 배부르게 한다고 해야 할까?
물론 치킨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치킨을 먹는 것은 아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야식으로 주문한다.
맥주와 함께 먹는다.
축구를 보면서 먹는다.
친구들과 모여 먹는다.
여행을 와서 일부러 찾아 먹기도 한다.
치킨은 음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맛과 즐거움, 편의성, 공유 경험과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 이번 분석에서는 치킨의 기능을 하나로 고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기능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치킨이 진화하면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능과 가치가 계속 추가되고 달라졌다는 뜻이다.
초기에는 닭을 빠르고 맛있게 익히는 것이 중요했을 수 있다.
이후에는 바삭함과 양념의 맛이 중요해졌다.
배달문화가 성장한 뒤에는 집까지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지금은 맛뿐 아니라 브랜드, 포장, 조합, 건강성, 관광 경험까지 치킨의 가치에 포함되고 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하나의 시스템 안에도 여러 MPV, 즉 여러 개의 핵심 가치 매개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 각각의 가치는 서로 다른 S커브 위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글의 질문은 단순히 다음과 같지 않다.
치킨은 몇 단계인가?
조금 더 정확하게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치킨이 지금까지 키워온 가치는 각각 몇 단계에 있는가?
프라이드치킨의 초기 경쟁력은 비교적 분명했다.
닭을 기름에 넣어 짧은 시간에 익힌다.
표면은 바삭하고 내부는 촉촉하다.
굽거나 삶은 닭과는 다른 식감을 제공한다.
이것이 초기 프라이드치킨의 챔피언 매개변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치킨 산업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튀김의 온도와 시간이 일정해야 했다. 닭의 크기와 염지, 튀김옷과 기름의 상태가 달라지면 맛도 달라졌다.
매번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조리방식과 재료를 표준화해야 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자 치킨은 빠르게 성장했다.
매장이 늘어났다.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조리법이 표준화되었다.
전용 튀김기와 튀김가루, 소스가 만들어졌다.
배달이라는 새로운 유통방식과 결합했다.
프라이드치킨 하나에서 양념치킨이 나왔다.
양념치킨 이후에는 간장, 마늘, 매운맛, 허니, 치즈와 다양한 소스가 등장했다.
통째로 튀기던 닭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
부위별 메뉴가 만들어졌고 뼈를 제거한 순살치킨도 등장했다.
한 가지 맛을 선택하던 방식에서 두 가지 맛을 함께 먹는 반반치킨이 나왔다.
이제는 한 상자 안에서 세 가지나 네 가지 맛을 선택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치킨은 전형적인 2단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시스템이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며, 새로운 적용처로 확장되었다.
관련된 소모품과 장비, 서비스와 인프라도 함께 성장했다.
이는 S커브 2단계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렇다면 지금도 치킨은 2단계에 있을까?
현재의 치킨을 S커브 지표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단계의 기술시스템에서는 시스템에 특화된 자원이 매우 다양해지고, 디자인과 미학적 요소에 의한 차별화가 증가한다. 때로는 주기능과 직접 관련이 적은 부가 기능까지 추가된다.
현재 치킨 시장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하다.
새로운 치킨이 계속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근본적인 조리방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소스가 바뀐다.
맵기가 달라진다.
토핑이 추가된다.
포장과 이름이 바뀐다.
유명인이나 다른 브랜드와 협업한다.
물론 이런 변화도 가치가 있다.
다만 이것은 프라이드치킨이라는 기본 시스템이 아직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2단계라기보다, 성숙한 시스템 안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3단계의 모습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의 기존 핵심 S커브는 현재 3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2단계 후반과 3단계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튀김방식과 맛의 다양성은 이미 3단계에 가깝다.
하지만 해외 확산과 관광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 조사에서 한국식 치킨이 가장 자주 먹는 한식으로 나타나고, 정부가 치킨과 지역관광을 연결한 별도의 미식 플랫폼을 만든 것은 이 새로운 가치가 아직 성장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치킨 전체가 하나의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치킨 안에서 여러 개의 시간이 동시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S커브 3단계의 단기 전략은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디자인을 향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기존 시스템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작동 원리를 바꾸거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대체 시스템이나 상위시스템과 통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MPV를 찾아야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치킨의 미래가 단순히 새로운 소스를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매운 소스 다음에 더 매운 소스를 만들고, 치즈 다음에 다른 토핑을 얹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S커브를 만들기 어렵다.
다음의 치킨은 다른 가치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이 가능할까?
TRIZ에는 기술시스템이 일정한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보는 아홉 가지 기술시스템 진화법칙이 있다.
그중 치킨과 특히 잘 맞는 법칙을 골라 미래를 예측해 보자.
기술시스템의 구성요소는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다른 부분은 뒤처진다.
그 차이에서 모순이 발생하고 그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다시 진화한다.
치킨을 보면 소스와 브랜드는 매우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디게 발전한 부분도 있다.
배달하는 동안 바삭함이 떨어진다.
포장상자 안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튀김옷을 눅눅하게 만든다.
바삭함을 높이면 튀김옷이 두꺼워지고 기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순살은 먹기 편하지만 부위와 가공방식에 따라 육질의 차이가 커진다.
배달 속도를 높이려면 미리 조리해야 하지만 미리 튀기면 품질이 떨어진다.
치킨의 맛이 발전한 속도에 비해 건강성, 배달 후 품질, 포장과 폐기물 문제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따라서 다음 치킨의 경쟁은 소스보다 이 뒤처진 부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배달 후에도 처음 튀겼을 때의 바삭함을 유지하는 치킨.
기름의 부담은 줄이면서 촉촉함을 유지하는 치킨.
수증기와 온도를 조절해 눅눅해지지 않는 포장.
뼈와 포장 쓰레기, 폐유를 줄이는 조리 시스템.
미래의 치킨은 맛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모순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닭요리의 역사를 아주 단순하게 보면 사람들은 닭을 계속 다른 환경에 넣어왔다.
물에 넣어 삶았다.
불 위에 올려 구웠다.
기름에 넣어 튀겼다.
오븐과 에어프라이어에서는 뜨거운 공기로 익혔다.
그러면 다음에는 닭을 어디에 넣게 될까?
이 질문은 재미있지만, TRIZ의 에너지 전도성 법칙은 조금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기술시스템은 에너지의 변환단계와 전달경로를 줄이고, 더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따라서 다음 치킨의 핵심은 새로운 매질 하나를 찾는 것보다 열을 더 짧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식에 있을 수 있다.
지금의 튀김은 닭 전체를 같은 온도의 기름에 넣는다.
하지만 닭의 표면과 내부가 원하는 조건은 다르다.
표면은 빠르게 수분을 제거해 바삭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부는 지나치게 마르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익혀야 한다.
현재는 하나의 열원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맞추려고 한다.
이 때문에 모순이 생긴다.
미래에는 표면과 내부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내부는 낮은 온도에서 균일하게 익히고, 표면만 짧은 시간에 강하게 가열할 수 있다.
닭의 크기와 수분, 부위에 따라 열의 세기와 시간이 자동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열풍과 복사열, 접촉열과 같은 여러 방식을 조합하되, 조리 과정은 오히려 더 짧고 단순해질 수 있다.
어떤 기술이 실제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방향은 예상할 수 있다.
더 많은 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치킨의 다음 조리방식은 바로 이 방향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치킨은 처음에 통째로 조리되었다. 그러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렸다.
다리와 날개, 가슴살처럼 부위별로 나뉘었다.
뼈를 제거한 순살이 나왔고, 닭강정이나 팝콘치킨처럼 한입 크기로 더 작아졌다.
겉으로 보면 치킨은 이미 거시적인 크기에서 작은 단위로 계속 분할되어 왔다.
하지만 TRIZ에서 말하는 미시계로의 이동은 단순히 제품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뜻만은 아니다.
기술시스템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 더 작은 물질구조와 더 세분화된 에너지 흐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그렇다면 치킨의 다음 미시화는 무엇일까?
닭 한 마리를 작은 조각으로 자르는 단계를 넘어 고기와 튀김옷의 미세한 구조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튀김옷의 기공 크기를 조절해 더 오래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다.
육질 내부의 수분 이동을 조절해 가슴살도 퍽퍽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소스를 겉에 바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튀김옷의 층과 기공 사이에 맛을 배치할 수도 있다.
겉은 매운데 속은 부드러운 맛.
첫 입과 마지막에 느껴지는 맛이 다른 치킨.
한 조각 안에서도 부위별로 식감이 달라지는 치킨.
지금까지 소스는 주로 치킨의 바깥에 있었다.
앞으로는 소스와 향, 수분과 식감을 치킨의 미세한 구조 안에 넣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닭을 또 어디에 넣을까?
어쩌면 다음에는 닭을 소스에 넣는 것이 아니라, 소스를 닭의 구조 안에 넣으려 할지도 모른다.
초기의 치킨은 고정적이었다.
한 마리를 주문하면 모든 조각이 같은 방식으로 조리되고 같은 맛을 냈다.
그러다 반반치킨이 등장했다.
한 상자 안에 후라이드와 양념이 함께 들어갔다.
이후에는 소스, 맵기, 부위와 토핑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정된 시스템이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조절 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한 것이다.
기술시스템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구조에서 조정 가능하고 유연한 구조로 진화한다.
이것이 역동성 증가의 법칙이다.
현재의 치킨은 메뉴를 선택하는 수준까지는 유연해졌다.
하지만 일단 주문한 뒤에는 여전히 고정적이다.
같은 상자 안의 조각들은 대체로 같은 온도와 시간으로 조리된다.
앞으로는 조각마다 다른 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
다리는 조금 더 오래 익히고, 가슴살은 수분이 빠지기 전에 조리를 끝낼 수 있다.
어린이가 먹을 조각은 덜 맵게 만들고, 어른이 먹을 조각에는 더 강한 양념을 입힐 수 있다.
한 사람은 바삭한 날개를 원하고, 다른 사람은 촉촉한 순살을 원할 수 있다.
미래의 주문은 메뉴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조건을 조합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부위.
크기.
바삭함.
촉촉함.
맵기.
소스의 양.
조리 정도.
한 마리의 치킨이 하나의 고정된 제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요구에 따라 조정되는 유연한 시스템으로 변하는 것이다.
반반치킨은 끝이 아니다.
역동성 증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반반치킨은 개인화된 치킨으로 가는 중간 단계일 수 있다.
기술시스템은 하나의 단일 시스템에서 두 개의 시스템, 다시 여러 시스템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한다.
이를 흔히 모노에서 바이, 바이에서 폴리로의 진화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시스템이 충분히 발전하면 독립된 제품을 넘어 더 큰 상위시스템의 일부로 들어가기도 한다.
치킨에서도 이 흐름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한 마리, 한 가지 맛이었다.
후라이드와 양념이라는 두 가지 선택이 생겼다.
반반치킨은 두 시스템을 하나에 결합한 바이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이후에는 여러 소스와 부위, 사이드 메뉴가 결합한 폴리시스템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치킨 바깥에서 일어났다.
치킨은 맥주와 결합해 치맥이 되었다.
배달서비스와 결합해 대표적인 야식이 되었다.
스포츠 중계와 결합해 응원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축제와 결합했고 이제는 여행과 결합하고 있다.
2026년 공개된 K-치킨벨트는 치킨과 지역 닭요리, 지역 명소와 관광자원을 하나의 미식여행 체계로 연결한다. 치킨이 접시 위의 음식에서 지역을 방문하게 만드는 관광 동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치킨은 더 큰 시스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지역의 식재료와 이야기를 함께 제공하는 치킨.
지역 맥주나 전통주와 짝을 이루는 치킨.
공연과 스포츠, 관광코스와 함께 판매되는 치킨.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조리하고 맛을 만드는 체험형 치킨.
미래에는 치킨 한 마리의 가격보다, 치킨을 중심으로 구성된 경험 전체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치킨을 파는 것이 아니라 치킨이 들어 있는 시간을 파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섯 가지 진화법칙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 방향들을 관통하는 기준이 하나 있다.
이상성 증가의 법칙이다.
기술시스템은 유용한 기능은 늘리고, 비용과 해로운 요소는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궁극적으로는 시스템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필요한 기능은 수행되는 상태를 지향한다.
이를 치킨에 적용하면 방향은 분명해진다.
더 맛있지만 덜 느끼한 치킨.
더 바삭하지만 입천장이 아프지 않은 치킨.
더 촉촉하지만 조리시간은 짧은 치킨.
배달해도 눅눅하지 않은 치킨.
먹기는 편하지만 식감은 단순하지 않은 순살치킨.
포장은 줄어들지만 온도와 품질은 더 잘 유지되는 치킨.
조리자의 개입과 실수는 줄지만 사람마다 원하는 맛은 더 정확하게 제공되는 치킨.
결국 미래의 치킨은 무엇을 더 많이 넣는 방향으로만 진화하지 않을 것이다.
불편과 부담, 손실을 줄이면서도 치킨을 먹는 즐거움은 더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치킨은 사라질 단계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시장과 관광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나 다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맛과 소스 경쟁만 보면 3단계에 가깝다.
그래서 치킨의 미래에는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기존 치킨을 더 싸고 편리하고 보기 좋게 만드는 3단계의 개선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에 중요하지 않았던 가치를 새로운 MPV로 만드는 것이다.
건강 부담을 줄이는 가치.
배달 후에도 품질을 유지하는 가치.
개인마다 다르게 조절되는 가치.
지역과 여행을 연결하는 가치.
조리 에너지와 폐기물을 줄이는 가치.
이 가운데 무엇이 새로운 S커브의 중심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치킨의 다음 진화는 또 하나의 소스에서만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치킨은 더 매운 치킨일까.
기름의 부담 없이 더 바삭한 치킨일까.
한 마리 안의 모든 조각이 서로 다른 치킨일까.
아니면 지역과 여행, 술과 콘텐츠까지 함께 파는 전혀 다른 치킨일까.
치킨의 다음 S커브는 어디에서 시작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