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전부는 아니라면서

일에 지쳤는데도 ‘일 잘하는 법’을 저장하는 사람들

byyour philosophy

나는 일과 온라인 게임생활을 다루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시작한 지 아직 4개월도 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세 개씩 콘텐츠를 올렸는데 어느새 팔로워가 1만 3천 명을 넘었다.


내가 다루는 내용은 대략 이렇다.


온라인 게임 동료 유형별로 어떤 지점을 건드리면 관계가 틀어지는지, 반대로 어디를 이해하면 말이 통하는지.

회사에서 평판 좋은 사람들이 지키는 업무 습관, 면접관의 속마음, 싫은 동료와 일하는 법 같은 것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온라인 게임에서 조금 더 잘 일하고, 덜 힘들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13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도 비슷했다.

일 자체보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오래 일하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그리고 어쩌면 일보다 더 어려운,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남편은 가끔 내게 말했다.

“너는 일하는 시간보다, 일과 사람들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했다.

바카라을 찾아보고, 다음 날 회사에서 직접 써보고, 효과가 있으면 따로 메모해뒀다.

그런 시간이 10년 넘게 쌓여 있었으니 콘텐츠를 만드는 일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놀라웠던 건 다른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다.

몇 개의 콘텐츠가 빠르게 퍼지면서 팔로워가 늘었고, 특히 저장과 공유가 예상보다 많았다.


요즘 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우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내 또래 여성들이 많이 다루는 육아, 재테크, 리빙, 패션 같은 분야에서도 짧은 기간에 이 정도로 성장하는 계정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의아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요즘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가 ‘온라인 게임생활 잘하는 법’일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더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다.

예쁜 집, 맛있는 음식, 멋진 여행, 사고 싶은 물건.

멋진 사람의 일상도 볼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상도 넘쳐난다.


그런데 굳이 퇴근 후까지 휴대폰을 열어

‘상사에게 보고 잘하는 법’

‘회사에서 평판 관리하는 법’

‘싫은 동료와 일하는 법’

같은 콘텐츠를 저장해두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보는 걸까.

처음에는 주로 25~35세 온라인 게임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콘텐츠 몇 개가 크게 퍼지고 나니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있었고, 장성한 자녀가 있는 40~50대도 있었다.

회사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프리랜서들도 콘텐츠를 보고 의견을 남겼다.


그때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여전히 일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걸까.

정말 일을 잘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일도 일을 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걸까.



일에 진심인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사실 반대되는 경험도 있다.


나는 한때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알게 된 사실은 조금 의외였다.

자기계발과 성장에 적극적으로 시간과 돈을 쓰는 성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물론 굉장히 열심인 사람들은 있었다.

강의를 계속 듣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자기 돈을 들여가며 끊임없이 성장하려 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소수였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교육을 계속 추천할 수 있었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교육을 보여줘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은 훨씬 작았다.

나 역시 그곳에서 내가 만들고 싶었던 규모의 사업을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해 다른 산업으로 옮겼다.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

“퇴근했는데 일 이야기 좀 그만 보고 싶다.”

“자기계발이라는 말만 들어도 피곤하다.”

“회사에서까지 열심히 했는데 집에 가서 또 공부해야 하냐.”


이 말도 너무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모두 일에 진심인 것도 아니고, 모두 일에 지쳐 있는 것도 아니다.

일을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일이라면 이제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이 있고,

딱히 일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어차피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 가끔 ‘잘 살아남는 법’을 찾아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한 사람 안에서도 이 세 가지 마음이 계속 바뀌는 것인지 모른다.



일은 언제 삶의 중심에서 밀려날까


요즘 나는 육아휴직을 보내고 있다.


낮에 아파트 커뮤니티에 가면 내 또래로 보이는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본다.


육아 이야기, 아이 교육 이야기, 여행 이야기.

그러다 주식이나 재테크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하고, 남편이나 시댁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옆에서 듣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귀가 솔깃해진다.


그런데 가끔은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도 한때는 나처럼 일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하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누가 먼저 승진했는지, 이번 평가가 어땠는지, 상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일을 더 맡아야 성장할 수 있을지, 이직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점심시간마다 그런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들의 관심사가 달라진 것은 너무 당연하다.

아이를 낳고 삶의 중심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도 달라질 테니까.


나 역시 지금 그렇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해질 때가 있다.


일이 덜 중요해진 것이 아쉬워서인지,

한때 그렇게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던 것이 어느 순간 삶의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만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일의 중요도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안에서도 계속 달라지는 것인지 모른다고.


나 역시 가장 치열하게 일했고, 가장 많이 성장하고 싶었고, 동시에 일을 가장 미워했던 시기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였다.

평가 한 줄에 기분이 달라졌고, 연봉이 오르면 내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일 때문에 울기도 했지만, 어려운 일을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컸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아이를 키우고, 회사 밖에서 내 일을 준비하면서 예전보다 일의 우선순위가 내려왔다.

그렇다고 일이 중요하지 않아진 것은 아니다.



일이 아닌 삶을 말하면서도


요즘 우리는 계속 말한다.

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회사 때문에 건강을 버릴 필요도 없고, 승진이 꼭 성공을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그런데 서점에는 여전히 일과 커리어에 관한 바카라이 쏟아진다.

링크드인, 블라인드, 스레드에서는 매일 회사 이야기가 벌어진다.

누군가는 일 잘하는 법을 공유하고, 누군가는 그 글에 치열하게 반박한다.

그리고 나처럼 온라인 게임생활 이야기를 하는 계정에도 사람들이 모인다.


어쩌면 우리가 일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일을 사랑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일이 전부는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간도, 돈도, 인간관계도, 자존감도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일과 연결돼 있다.

그러니 일이 싫다고 해서 완전히 무관심해지기도 어렵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일이 전부는 아니라면서,
우리는 왜 아직도 이렇게 일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흔들리고, 애증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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