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눈앞의 실리적인 그 어떤 것에도 도무지 감사할 수 없는 척박한 계절을 지나게 됩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쥐어짜 내려해도 도저히 찾아지지 않던 그 고통의 한복판에서, 저는 세상에 처음 올 때의 그 모습처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맨 몸뚱이일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날것의 감사들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독한 시련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나는 지금 포기하지 않았고, 여전히 버텨내고 있으며, 오늘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무거운 바카라임들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내고 있다는 것, 일상의 최소한의 것들을 묵묵히 행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육체의 건강과 어떻게든 해내보리라는 의지가 내 안에 남아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 내 머릿속에 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내 안에서 무너지지 않았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온전히 맨몸으로 버텨낸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저는 힘들었던 시간 속의 모든 무거운 짐들을 수레에 차곡차곡 쌓아 올렸습니다. 그리고 깊고 깊은 바다를 향해, 그 짐이 가득 찬 수레를 통째로 던져버렸습니다.
수레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홀가분해졌습니다. 다 털어내고 다시 일어선 지금, 저는 새롭게 저를 재건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은 채, 오롯이 내 힘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제 안에는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나를 다시 세워갈수록, 미련하게 도망치지 않고 이렇게 정면으로 해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제 머리를 스스로 쓰다듬게 됩니다.
결국 나는 나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숨 쉬는 게 진짜 숨 쉬어지는 삶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 지옥 같은 삶의 터널을 통과해 마침내 온전한 내 삶을 살아본 사람만이, 그 들숨의 깊고 푸른 향내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당연한 감각조차 기적으로 다가오는 2026년의 오늘. 거창한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어도, 세상의 야박한 평가에 내 자리가 흔들리는 것 같아도 괜찮습니다. 바닥에 홀로 남겨진 순간에 내가 나를 믿어주는 것만큼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심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억의 상실 앞에서도 무지개를 그려 넣던 일곱 살의 순수함처럼, 이제 저 역시 지워진 내 삶의 도화지 위에 오롯이 나만의 빛깔로 새로운 궤적을 그려 나가려 합니다. 벼랑 끝에서 스스로를 구원해 낸 저의 이 작은 고백이, 오늘 밤 괜찮지 않은 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당신에게도 스스로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담대한 용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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