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Paradiso 2

by이영선

그런 곳이 있다.

뭐랄까?

웹페이지가 있거나, 대단한 철학을 표방하지 않고서도 철학이 공간을 통해 드러나는 곳.


여러 해 동안 아카데미와 행정서류와 각종 제도를 거치면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고 특정 형식의 글을 써서 정리하는 것에 수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행정 제도들이 각기 다른 그들만의 형식을 요구하면서 했던 말을 상대의 입맛에 맞춰 늘리고, 줄이고, 단어를 바꿔가며 억지로 쓰려다 보니, 정작 제도적 말만 남고, 그 아래의 온기와 결은 어디로 사라지고 없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제도의 언어란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예측해서 숫자로 환산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작품을 대단한 무언가처럼 아카데믹한 언어로 문장들을 현학적으로 꾸며낼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한다. 그러지 않는 것이 나의 철학이고 예술이고 나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온갖 근거와 학술적 용어로 편집해서 나의 예술세계를 이런저런 언어적 틀에 가둬두도록 훈련시켰다. 사실 제도의 언어가 무엇인지 아무도 정의한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어떤 언어의 형식을 따라야 할 것처럼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기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남는 건 무엇이었을까?


나는 제도에 편입되지도 않으려고 하면서도 제도적 언어를 입고, 이미 존재하는 나와 나의 작품세계를 자꾸 증명하려는 무의식적인 집착을 갖게 되었다. 내 철학은 증명하는 게 아니라고 쓰고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증명과 권위를 만들려는 노력이었다. 하나의 형식이 요하는 조건을 마치고 나면 그다음 해, 또 그다음 해, 비슷하지만 매우 수고로운 반복을 요하는 틀에 또 나를 힘겹게 끼워 맞추게 되는 일이 멈추지 않았다. 대체 얼마큼 더 내가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세상의 뇌리에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시킬 수 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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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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