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뭐 하는 사람이래?
아주 간단한 질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다닌다고 하거나, 의사나 변호사, 사업가라고 답한다. 보통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익숙한 회사 이름이나 직업을 들으면 대충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회사 이름이 직업 설명서 역할까지 해주는 셈이다.
문제는 내가 그런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녔던 회사 이름을 말하면 대개 질문이 하나 더 따라온다. 뭐 하는 회사예요? 그러면 회사 설명을 시작한다. 예전에는 어느 연구소에서 일했고, 지금은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에 다닌다고 얘기를 이어간다. 그럼에도 사실 뒤에 질문들이 더 따라온다. 그리고나서는 무슨 약을 만드는지 설명해야 한다. 어떤 질병을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는 약인지 이야기하다 보면, 처음 질문이 뭐였는지 슬슬 잊어버린다.
여기에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무슨 일을 하시는거에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사실은 비슷하다.
연구실에서 만든 걸 실제 공장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일을 해요.
나름대로 최대한 쉽게 풀어낸 문장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표정을 보면 머리 위에 물음표 하나가 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하던 일은 이렇게 설명해본 적도 있다.
중소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일을 했어요.
이번에는 좀 나아졌나 싶어 얼굴을 보면 역시 비슷하다. 물음표가 하나 더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연구를 한다고 하면 연구원 같고, 공장에서 의약품을 만든다고 하면 생산직 같고, 품질을 관리한다고 하면 품질관리 담당자 같아진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하는 일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뭔가 하나의 단어로 딱 집어내기 어려운 일인 듯 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짧게 말하기 시작했다.
신약 개발 연구원이에요.
상대방이 더 궁금해하면 조금씩 덧붙인다. 그냥 인사말로 물어본 것 같으면 그쯤에서 가볍게 화제전환을 한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박사까지 했는데 내 직업 하나를 간단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니.
그런데 생각해보면 처음에 쉽게 고개를 끄덕였던 대답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이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의사나 변호사라는 말도 직업의 이름을 알려줄 뿐, 그 사람이 매일 마주하는 문제와 맡은 역할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익숙한 이름을 들으면 더 묻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자기 일을 매일 하지만, 그 일이 익숙한 이름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역할에 걸쳐 있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내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 오히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그래서 자기 일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하는 일을 다른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무슨 일 하세요? 참 쉽게 건네는 질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선명한 답을 가지고 사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쉽고도 어려운 일 중 하나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