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봤다

by영초이

얼마 전 연휴에 아내가 아팠다. 평소라면 가까운 병원에 가면 될 일이었지만, 연휴에는 병원에 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문을 연 병원이 어디인지 찾아야 했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과 운영 중인 약국을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가까운 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아침에 급하게 증상이 악화되면서 아내는 응급실로 향했다.


먼저 응급실에 간 아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초진 과정에서 별다른 진료 없이 간호사가 증상만 확인한 뒤 다른 곳으로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응급실에서 약을 맞으면 비용도 많이 나오니 다른 병원에 가는 것이 낫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비용은 고작 30만원이었고, 의사도 만나지도 못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대로 응급실을 엎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증상이 악화되는 사람이 스스로 병원을 찾아 응급실까지 갔는데, 제대로 진료도 받지 못한 채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었다. 아픈 사람이 먼저였다. 화를 삭힌 채, 같은 응급실에 다시 진료를 요청했고, 다행히 이번에는 필요한 진료와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치료를 받은 뒤 아내의 상태도 조금씩 좋아졌다. 그럼에도 계속 증상이 있어서 아직도 경과를 보고 있다.



아픈 사람을 옆에 두고 응급실에서 이런 얘기를 듣고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가족이 아플 때만큼은 돈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원비가 얼마인지부터 생각하지 않고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 좋은 치료 방법이 있다면 비용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몸이 아픈데 치료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가능하면 만들고 싶지 않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이런 생각을 예전보다 자주 하게 된다. 이전에도 돈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둘이 살다 보니 생각해야 하는 현실적인 것들이 많아졌다. 어디에서 살지,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우리에게 갑자기 큰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같은 것들이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나는 돈을 좋아한다. 통장에 돈이 많으면 좋고, 월급이 많이 들어오면 좋다. 투자한 것이 오르면 기분도 좋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굳이 초연한 척하고 싶지는 않다. 서울에 좋은 집이 있으면 당연히 좋을 것 같고, 좋은 차를 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SNS를 보다 보면 누구는 서울에 집을 샀다고 하고, 누구는 몇 년 만에 몇 억을 모았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한편으로는 궁금해진다. 나는 도대체 얼마가 있으면 만족할까. 서울에 집 한 채를 사면 될까. 10억을 모으면 될까. 20억이면 될까. 아마 숫자로 목표를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얼마를 가져야 하는지보다 내가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를 자주 애기하게 된다. 먹고 싶은 것을 너무 많이 고민하지 않고 먹고 싶다. 가끔 가족들과 좋은 것을 먹고 싶을 때 가격 때문에 메뉴를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숙박비와 비행기표를 몇 번씩 계산하다 결국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님에게 무언가 해드리고 싶을 때 다음 달 카드값부터 계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 아플 때 돈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경제적인 여유라는 것은 이런 것에 더 가깝다. 매일 비싼 것을 사고 호화롭게 사는 삶보다는 평범한 생활에서 돈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 많지 않은 삶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물론 돈이 전부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돈 때문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싶어서다.


가격이 얼마인지보다 다른 것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삶.


아마 내가 원하는 부자는 그런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돈은 많이 벌고 싶다. 이왕이면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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