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은 음식의 기모노다’라는 말을 남긴 일본 미식 문화의 거장
일본 미식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魯山人 1883~1959)이다. 한국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지만, 사실 일본인들 가운데서도 로산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사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 일본인도 그가 누구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오늘날 일본의 고급 가이세키 요리점이나 스시야를 방문하면 음식뿐만 아니라 그릇과 공간, 계절감까지 하나의 작품처럼 연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본 미식 문화의 토대를 만든 인물이 바로 로산진이다. 일본에서는 그를 ‘현대 일본 미식의 아버지’라고 하며, 음식과 그릇의 관계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한다. 그는 요리사도 아니고 도예가도 아니며 서예가만도 아니었다. 예술과 음식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문화로 승화시킨 독창적인 예술가였다. 일본 미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로산진이라는 인물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산진의 삶은 화려한 성공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1883년 교토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직후 친부모와 떨어져 양부모 밑에서 성장했고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안정된 가정환경과는 거리가 멀었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했다. 정규 교육 역시 충분히 받지 못했지만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다른 집중력과 강한 자존심을 키워 나갔다. 무엇이든 스스로 배우고 익히려는 성향이 강했으며 미술과 글씨, 골동품에 대한 관심도 일찍부터 보였다. 훗날 그가 보여준 완벽주의적인 성격과 타협을 모르는 장인 정신은 이러한 성장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평가된다. 어린 시절의 결핍은 그를 좌절시키기보다 오히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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