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거의 3주 만에 남편이 돌아와, 오랜만에 함께 달렸다.
최근 무더위 핑계로 조금씩 느려지던 발이, 다시 빨라졌다. 혼자 달릴 때보다 숨이 더 찼고 기록도 더 좋았다.
나는 그와 함께 있을 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요즘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읽고 있다. 여기저기서 ‘꼭 읽어야 할 고전’’이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 사두기는 했는데, 15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와 솔직히 별 매력 없어 보이는 제목 때문에 바카라장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첫 장부터 놀라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저자를 완전 오해하고 있었다. (마치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오해하듯)
요즘 고함에서 함께 읽는 <오만과 편견>이 결혼 전 이야기라면, <미들마치>는 결혼 이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사랑이 아니라 사랑 이후를.
소설 속 이런 일화가 나온다.
공연 중 여배우가 실수로 남편 역을 맡은 배우이자 진짜 남편을 칼로 찌른다. 평소 두 사람 금슬이 워낙 좋았기에 사람들은 실수로 받아들이고 사건은 여배우의 무죄로 끝이 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청혼하러 온 다른 남자에게 조용히 털어놓는다. 실수가 아니었다고. 당연히 폭력이나 배신 같은 이유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의 답은…
아뇨! 날 지루하게 했어요.
와우! 이제 겨우 3백 페이지도 읽지 않았지만, 조지 엘리엇과 미들마치를 사랑하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산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사이가 좋아지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와 함께한 삶은, 아마 나와 함께한 그의 삶도, 늘 Full of Surprise였다. (Surprise에는 놀람, 충격, 설렘, 두려움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함한다)
서로에게 낯선 바카라을 권하고, 갑자기 여행을 떠나 낯선 도시를 걷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다가 또 새로운 일을 벌인다. “… 해 볼까?” 하면 “재밌겠다, 해 보자.” 한다.
앞으로도 지루해서 살해당할 (또는 살해할) 일은 없겠지?
바카라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바카라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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