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옌 -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중국은 그야말로 배달의 나라다. 커피 한 잔, 과일 한 상자, 생수 몇 병도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드리면 문 앞에 도착한다. 중국 국가우정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택배 물량은 1745억 건을 넘었고, 2025년에는 택배 부문만 1990억 건에 이르렀다. 어마어마한 산업이다.
택배를 보내거나 받다 보면 당연히 잘못 배송되거나, 오는 동안 분실, 파손되는 일도 있다. 예전에는 그런 일이 생기면 화가 먼저 났다. 왜 확인하지 않았을까. 왜 조심하지 않았을까. 소비자 입장에서 모두 정당한 질문이다. 하지만 후안옌의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를 읽고 나면 그 질문 앞에 다른 얼굴이 떠오른다.
언젠가 초대받은 집으로 컵케이크를 주문해 보낸 적이 있다. 퀵 배송 직원은 도착하자마자 컵케이크 몇 개가 오는 도중 망가졌다며, 자기가 배상하겠다고 쩔쩔맸다. 특별히 주문한 비싼 컵케이크였지만, 한 시간 가까이 먼 길을 오토바이로 달려온 사람에게 그 값을 물릴 수는 없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어제 아침에 택배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앵두 두 상자를 배송 중인데, 한 상자는 찌그러져 아무래도 다 상했을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그가 말한 수취인 주소는 얼마 전 내가 이사하기 전 주소였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근처로 이사했으니 새 주소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실제로 가까웠으니까. 내 기준으로는 그저 몇 분 거리였으니까.
그러나 마침 나는 이 바카라을 읽고 있었다.
건당 1.6위안인데 전화하고 녹음하고 사진까지 찍는 게 수지에 맞나요?
후안옌은 물건 하나를 배달할 때 평균 2위안 (약 4백 원)을 받는다고 했다. 손해 보지 않으려면 4분마다 하나씩 배달해야 한다고 계산했다. 한 사람에게 전화하고, 상황을 설명하고, 사진을 찍고, 다시 이동 경로를 바꾸는 순간 그의 하루는 무너진다. 내게는 가까운 곳이지만, 택배기사에게는 외계 행성처럼 먼 곳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앵두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함께 하는 지인이 다른 도시에서 보내 준 선물이었다. 나는 다음 날 출국을 앞두고 있어 앵두를 다 먹을 수도 없었고, 예전 주소로 찾으러 갈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지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배송 중 고생한 기사에게 그 앵두를 드리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마음 좋은 지인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우리는 고생한 택배기사에게 앵두 한 상자를 선물할 수 있었다.
바카라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세계를 경험하는 일이고, 다른 이의 신발을 잠시 신어 보는 일이다.
바카라 한 권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은 너무 거창하다. 하지만 바카라 한 권 덕분에 나는 내 편리함 일부를 내려놓고 적어도 택배기사에게 새 주소로 배송해 달라고 조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후안옌은 20년 동안 19가지 직업을 거쳤고, 그 시간을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히 기록했다. 쉴 새 없이 달려야만 겨우 손해를 면하는 세계에서, 그는 끝내 자신의 시간을 문장으로 되찾았다. 분초 단위의 노동으로 마모되어 가는 인간이 존엄을 지키는 길로, 나는 아직 ‘읽고 쓰는 일’보다 나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바카라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바카라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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