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끝나고 인터미션 중 초콜릿 먹는 축구선수
[달리기 50일째] 100일을 달리겠다고 결심한 내가 딱 절반의 시간에 왔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냥 전반전 끝나고 쉬는 시간 받은 축구 선수 같은데? 어차피 간식 먹고 쉬다 보면 정해진 시간에 후반전이 또 시작 될 거고, 아쉽게 이번 경기가 끝나도 또 다른 경기를 뛰게 된다. 내 삶도 그렇게 계속되고 지금은 이번 경기의 인터미션이었구나. 내가 이걸 왜 몰랐지? 그럼 다음 경기도 분명히 있겠구나
2025년 12월 15일. 그 해를 딱 보름 남겨둔 날이었다. 그 사이 내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매일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주인을 잃어 쓸쓸하게 여백만 남겨두던 내 다이어리가 다시 쓰여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라도 그날 할 일을 적거나 자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 중을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을 다시 적기 시작했다. 글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글을 쓴다는 건 어쩜 밥, 잠, 돈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때 나는 이런 거창한 이유 보다는 그저 다시 살기 위해 일기를 쓴 것에 가까웠다.
연말이라 그런지 세상은 평소보다 조금 더 요란했다. 날씨는 꽁꽁 얼어 붙었지만 연말이 주는 그 설렘과 기분 좋은 들뜸은 거리 곳곳에서 느껴졌다. 크리스마스도 한 걸음 더 가까이 왔기에 당연했다. 그래서 일까?
나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조금씩 더 올라왔다. 명절이나 긴 연휴에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외로움은 아니었던 것 같고, 삭막하게 나만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이 외로움과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그것이 외로움 자체 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세상과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반짝반짝 따뜻한 겨울을 잘 맞이하고 있었는데, 나는 더 작아진 집에서 더 초라해진 모습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분명 나아지고는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이 맞을까?
2025년 12월 15일, 그 해를 딱 보름 남겨둔 날이었다. 그 사이 나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매일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주인을 잃어 쓸쓸하게 여백만 남겨두던 내 다이어리가 다시 쓰여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라도 그 날 할일을 적거나, 자기전에 그날 있었던 일 혹은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을 다시 적기 시작했다. 글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글을 쓴다는 건 어떨 땐 총과 칼 그리고 돈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때 나는 거창한 다른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살기 위해 다시 일기를 쓴 것에 가깝기는 하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세상은 평소보다 조금 더 요란했다. 날씨는 꽁꽁 얼어 붙었지만 연말이 주는 그 알 수 없는 설렘과 기분좋은 들뜸은 거리 곳곳에서 느껴졌다. 크리스마스도 한 걸음 더 가까기 왔기에 당연했다. 그래서 일까?
나는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조금씩 올라왔다. 명절이나 긴 연휴에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외로움은 아니었던 것 같고, 상대적으로 나만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이 외로움과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그것이 외로움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세상과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반짝반짝 따뜻한 겨울을 잘 맞이하고 있는데, 나는 더 작아진 집에서 더 초라해진 모습이 되어 있는 것 같아. 분명 나아지고는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이 맞을까?’
화려한 조명속에서 나만 축 처져 시든 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내가 100일동안 양재천을 달리기로 결심하고 50일째 되던 날이기도 했다. 애꿏은 연말 분위기와 지금내 처지를 더 불쌍하게 만들어서 만들어낸 생각들은 내 머리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연말이고 크리스마스고 어쩌고 간에 일단 집 청소부터 하자.’
그렇게 마음먹고 나는 몸을 움직였다. 화장실에 락스를 뿌려두고, 청소기를 돌렸다. 날씨는 추웠지만 창문도 활짝 열었다. 처량한 생각하며 우울해 할 바엔 오늘 아침에 일기에 적은 ‘오늘의 할일’을 하는 편이 훨씬 나았으니까-
작은 집이여서 청소가 금방 끝날 것 같지만 싱크대, 옷장, 현관, 그리고 화장실까지 꼼꼼히 청소하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집이 깨끗해져 있었다. 배가 고팠다. 밥을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 오늘 할 일을 다 했으니 됐다. 오늘 할일에 처량한 생각하기, 나만 빼고 세상은 온통 행복하다는 오해하기, 우울해하기 같은 것들은 없다. 밥 먹자.’
열려있던 창문을 닫으면서, 문득 다시 나만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건지라는 두려움과 불안이 갑자기 올라왔지만 얼른 부엌으로가 늦은 점심을 준비했다.
[달리기 50일째]
겨울의 한 가운데서 저녁6시는 이미 깜깜했다. 양재천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에 식당 불빛이나 신호등 마저도 조금 더 반짝여보였던것은 내 기분 탓이었을까.
어둡지만 어둡지만은 않은게 하천 옆인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도 가로등 다리밑에 달린조명같은 것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길을 비춰줬다. 100일의 딱 중간, 12월의 딱 가운데날 이었다. 그렇게 그날도 양재천을 달리기 시작했다.
‘세상은 계속 흘러가는데, 나만 이렇게 제자리에 있어도 되는 걸까? 연말이 지나면 내년이 올거고 그때도 나는 이렇게 이 자리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집 청소를 하면서 내 생각도 많이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평소대로 달리기를 시작하니 금새 걱정이 올라왔다. 생각이 많아 몸이 무거웠던 건지 그 날따라 숨이 금방 차고, 한동안괜찮던 오른쪽 발목도 아파왔다. 2Km정도 달리고 나니 도저히 힘들어서 뛸 수가 없었다.나는 벤치에 앉았다.
‘역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정말 맞네. 평소에 비해 절반도 뛰지 않았는데 어떻게 벌써 이렇게 힘들지?’
딱딱하고 차가운 벤치위에 앉으니 문득 축구 경기가 생각났다. 축구 할때 선수들이 이렇게 긴 의자에서 쉬던 모습이 떠올랐던 것 같다.
‘축구는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15분 인터미션이 있잖아. 선수들은 그 15분에 무엇을 할까?’
오른쪽 발목을 주무르면서 생각했다.
‘아마도 축구선수들은 전반전이 끝나고 인터미션이 오면 다음 후반전을 준비하겠지? 왜냐하면 후반전은 15분후에 분명히 시작되니까. 그럼 그 쉬는 시간에는 무얼하지? 초콜릿이나 바나나 같은 걸 먹을 수도 있겠구나. 아니면 잠시 휴대폰을 보거나 긴장을 풀기 위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선수도 있겠지?’
90분짜리 축구 경기도 중간에 15분을 쉬는데, 80년은 살아갈 내 인생의 지금 이 정도의쉬는시간 정도는 허락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멈춘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시작 될 후반전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음악도 듣고, 물도 마시는 것이라 생각하니 복잡하던 머리속이 맑아졌다.
‘게다가 나는 전반전을 내 온몸을 바쳐 뛰었잖아.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열심히는 못살 것 같다고 늘 입버릇 처럼 말했잖아.’
나는 전반전을 열심히 뛰고 15분의 쉬는 시간을 받은 축구선수였다. 후반전 경기를 앞두고 있는 선수는 최선을 다해 쉬어야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양재천의 긴 벤치에 앉아 잠시 축구선수가 되었다.
그 날은 발목 상태가 더 이상 뛸 수 없을 것 같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갑자기 오랜만에 초콜릿이 먹고싶었다. 무언가가 먹고 싶었던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했지만집 앞에 편의점에 들어갔다. 여러 초콜릿들이 있었고, 두 종류를 골라 계산을 했다.
집에 돌아와 편의점에서 사온 까만 초콜릿을 입에 물고 창밖을 바라봤다. 낮에는 야속하게만 보였던 바깥 연말 풍경이 편안해 보였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그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랐다.
“연말 분위기나 크리스마스가 밝고 따뜻한데 또 어쩔땐 오묘하게 쓸쓸하게 느껴질 때도있어요. 아니면 화려한 곳에 가서 나혼자 초라한 것 같은 느낌 느껴본 적 있어요?
그런데 그거 내가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계속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아무것도 안한게 아니라 인터미션 받은 축구 선수처럼 이리저리 저를 보살피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리고 후반전은 반드시 시작됐고요.
당신에게 인터미션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