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누나, 무엇이 되어도 다 괜찮아
[달리기 55일째]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졌다.
그런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내 동생이 생각났다.
크리스마스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날이었다. 요가나 러닝 이외에는 딱히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 동생이 생각났다. 나는 한 살 터울의 연년생 동생이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참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늘 변화와 발전을 좋아했고, 내 동생은 안정과 깊이를 중요시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일까? 동적인 나를 정적인 내 동생이 잘 맞춰주고 참아주면서 우리는 함께 자랐다.
나는 내 동생에게 전화를 걸면 방해가 될 것 같아 메시지를 남겼다.
‘잘 지내고 있어? 오늘 저녁에 뭐 해? 밥 먹을래?’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내 동생이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저녁 먹자는 말을 한 내 자신이 어색했던 건지, 아니면 동생이 대뜸 저녁 먹으러 온다고 할까 봐 떨렸던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나,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오늘 저녁에 양재동으로 갈게.”
“너 일 바쁜데 괜찮아?”
“오늘은 일찍 퇴근할 수 있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문자로 보내줘.”
“아... 알았어. 그런데 너 일 바쁘면 나 괜찮아. 다음에 봐도 돼.”
“월말이라 안 바빠서 괜찮아. 퇴근하고 가면 7시 정도 될 테니까 그때 봐.”
“응, 알겠어.”
여느 남매가 그렇듯 우리도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내가 힘들어한다는 걸 부모님을 통해 들었을 동생이 아무렇지 않은 척 내게 전화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 동생은 그런 아이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뭐가 힘든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같은 질문은 절대 하지 않았던 동생이다. 그저 괜찮다는 말을 하며 늘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아이였다.
‘오늘 동생 만나면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말해야 하나? 아니면 이제 괜찮아졌으니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지금이라도 다음에 밥 먹자는 문자를 해야 할까? 동생에게 이런 모습을 다 보여주고 싶진 않았는데...’
나는 동생과 저녁에 어떤 식당을 갈지 검색하다가 집 근처에 리뷰가 좋은 아담한 카레집이 있어서 예약했다. 동생도 나도 좋아하는 메뉴가 카레였기 때문에 —
✔ 2025년 12월 20일 저녁 7시, 인원 2명
핸드폰으로 간단히 저녁 식당 예약을 마쳤다. 집 안의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는데, 그날따라 창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고 가벼웠다.
‘오랜만에 카레가 먹고 싶다. 감자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따뜻하고 진한 카레가 먹고 싶다.’
변덕스러운 내 마음은 차갑고 상쾌한 공기에 금세 저녁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달리기 55일째]
저녁 7시에 동생을 만나기로 했으니 오늘은 조금 일찍 달리기를 시작했다. 어둑해진 양재천 위는 겨울 바람이 차갑게 불었지만, 뛰는 나는 그 바람이 시원했다. 어릴 적 내 동생은 내성적이고 여린 아이였다. 반면 나는 동네에서 골목대장을 할 정도로 말괄량이었는데, 엄마 말씀으로는 누가 동생을 괴롭히면 내가 끝까지 쫓아가 응징했다는 에피소드를 여러 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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