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요가원에서 만난 샨티와 중아
한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옆자리에서 요가를 했다.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그리고 어느날 저녁 러닝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게 된 중아와 나
요가원에서는 닉네임을 불렀다. 내 이름은 샨티 중아씨는 그냥 중아였다. 샨티는 예전에 요가를 한창 배우던 시절의 내 이름이었는데 ‘평화&고요’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12월에 들어선 지 며칠이 지났을까, 수요일 아침이 시작됐다. 요가 가방을 챙겨 밖을 나섰다. 시간은 5:40am. 2025년의 마지막 12월이 그렇게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요가원에서는 각자 요가 네임을 지어서 불렀는데, 내 요가 네임은 ‘샨티’였다. 뜻은 ‘평화, 고요, 내적 안정’을 이었다. 나는 요가원에 가면 변과장이 아니라 샨티가 되었어. 그래서 였을까? 나는 그 공간이 좋았고, 그 곳에서 샨티로 불려지는 것도 편안했다. 그것이 도피였는지 휴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중간중간 노란색이 있는 요가원에 도착했다. 나는 늘 수업 5분전에 도착했는데, 내가 앉으면 잠시 뒤에 늘 중아씨가 들어와 내 옆에 매트를 깔고 눈인사를 하며 함께 수업을 받았다. 매주 3번씩 정해진 시간에 만나게 된 우리 둘은 그 사이 몇 가지 서로에 대해 알게 됐다. 우리는 같은 나이였고, 같은 동네에 살았으며, 그녀는 마케팅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아- 그리고 중아씨는 따로 요가 네임을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냥 ‘중아’로 불렸다.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 나눈 대화는 이것들 전부 였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요가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중아씨에게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그날도 수련이 끝나고 급하게 매트를 챙겨 나가려다가 중아씨가 자리로 돌아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샨티님, 오늘 저녁에 혹시 뭐 하세요? 저랑 간단하게 저녁 드실래요?”
“오늘 저녁이요?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는데, 저녁엔 달리기를 해서 시간이 좀 늦을 수도 있어요. 괜찮으세요? 7시도 가능하시면 좋아요.”
“7시요? 완전 돼요. 전화번호 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급하니 빨리 번호를 찍어 달라는 듯 핸드폰을 내밀었고, 찍힌 내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누르더니 내게 인사를 하고 평소처럼 급히 요가원을 빠져나갔다. 내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번호 1줄이 남았다. 나는 그 번호를 ‘중아씨’로 저장하고, 명상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카지노톡에 뜬 중아씨의 프로필을 봤다. 긴 머리 시절 그녀의 사진과 여행을 다니며 찍은 자유로운 사진들이 여러 장 있었다. 그녀는 자유로워 보였고, 자신감 있어 보였다. 사진으로만 으로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역시 에너지는 전달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이 현재의 나에게는 닮고싶음으로 다가왔다. 저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나에게 왜 말을 걸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녀도 바쁜 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 회사를 다니면서 새벽마다 나와서 요가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의 에너지를 내게 나눠준다는 것.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
‘중아씨는 참 멋진 분위기를 가졌구나. 에너지는 보이지 않지만 그 사람을 느끼게 해주지. 내 에너지는 어떤 거였을까? 기억이 잘 안난다.’
[달리기 38일째]
그날은 집에 나서면서도 마음이 설렜다. 나에게는 오늘은 양재천을 달린 후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저녁 7시, 나는 평소처럼 양재천을 달리고, 그대로 치킨집으로 향했다. 땀에 젖은 운동복 위에 가디건을 걸쳤다. 중아씨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따라 그녀의 눈빛이 특별해 보였다.
"샨티님, 맥주 마셔요?"
"네, 한 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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