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공양
번역한 글, 난 정말 재밌었어. 다시 하면 안돼?
[달리기 26일째, 오랜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예전에 번역할 때 알던 조 팀장님, 탈색하고 8살 연하와 결혼하여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거나 식탁에 앉아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럴 때 생각이 너무 깊고 멀리 가지 않도록 라디오를 작게 틀어두곤 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작게 틀어놓는 라디오에서는 매일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흘러나왔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출근길을 서두르며 사연을 보내는 온라인 게임인, 에어컨을 설치하는 세 아이 아빠 기사님, 야근을 끝내고 어린이집으로 급하게 향하는 워킹맘, 시험에 떨어졌지만 다시 바카라상 앞에 앉은 고시생.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다.
라디오 DJ는 그런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소개하며 청취자들과 희노애락을 나눴다. 나는 그런 라디오가 좋았다. 습관적으로 틀어만 두고 내용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좋은 신호였다.
조그만한 라디오에서 오늘도 다정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고 DJ의 마무리 멘트가 내 귓가에 맴돌았다.
"여러분, 알록달록 예쁜 가을 단풍이 지나가기 전에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나 지인에게 오랜만에 안부 인사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 단풍이 정말 예쁘다고, 그간 잘 지냈냐는 자연스러운 인사와 함께요."
창밖을 보니 양재천을 따라 가을 단풍이 무르익어 있었다. 예쁘고 고운 가을의 색깔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가나다순으로 연락처를 훑어 내려갔다.
중간중간 지금은 내 삶과 전혀 관계없는 이름들이 보였다. 삭제할까 싶었지만, 그러다 보면 연락처 끝까지 볼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넘겼다. 그 관계들을 선별할 만큼의 에너지가 없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조정아 팀장님'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에 들어가기 전, 잠깐 번역 일을 했을 때 만났던 출판사 팀장님이셨다. 가끔 종로 쪽 사무실에 가면 점심도 사주시고, 함께 이야기하면 늘 재미있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던 분이었다.
팀장님은 당시 30대 후반이셨는데, 강경한 비혼주의자였다. 유독 머리숱이 많은 곱슬머리를 묶을 때면 머리끈이 터질 것 같아 꼭 두 개로 묶으신다고 하셨다. 서핑을 좋아하셔서 볼 위에 주근깨가 있었지만 자연스러운 얇은 화장만 하시고, 늘 나에게 유머를 곁들인 깊이 있는 삶의 철학을 전해주셔서 내가 잘 따랐던 기억이 있었다.
'조 팀장님께 연락드려 볼까? 이 가을 단풍이 지기 전에 안부나 여쭤볼까.'
사실 팀장님께는 연락드려도 나에게 별다른 불편한 이야기를 하실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잘 지냈냐며 그 시원하고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려주실 것 같았다. 나는 문자 메시지를 썼다.
'조 팀장님, 잘 지내세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연락드려요.
가을 단풍이 고운데,
오늘 하루는 창밖 자주 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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