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의 시선을 입고 있었을까

by납작콩

"너는 해가 지는 것을 구경하리로다. 짐은 명령을 내리겠노라. 그러나 짐이 다스리는 방식에 따라 조건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언제쯤 그 조건이 갖추어지겠습니까?"

왕은 우선 커다란 달력을 잠시 살피더니 대답했다.

"음. 그것은 오늘 저녁…… 7시 40분경 일 것이로다! 짐의 명령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너는 보게 될 것이로다."

- 『어린 왕자』



여행을 앞두고 결국 새 옷을 샀다.


사실 옷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옷장에는 충분히 입을 만한 옷들이 있었다. 그런데 오래된 옷에서는 빨래 냄새가 날 것 같았고, 몸에 달라붙는 옷은 불편할 것 같았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도 있었지만, 너무 자주 입었던 옷이라 '또 저 옷을 입고 왔네.'라는 말을 들을 것만 같았다.


조금은 세련되게, 조금은 멋지게 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여행 날이 다가올수록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상상했고, 결국 새 옷 몇 벌을 샀다.

그날 하루 종일 나는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상상하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기억에 남은 것은 풍경과 사람들이었다. 함께 웃었던 순간과 낯선 곳의 공기,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풍경이었다. 누가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걱정했지만, 정작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옷은 기억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여행 사진을 넘겨 보았다. 새 옷을 입은 나는, 기대와 달리 평소보다 더 둔해 보였다.


어린 왕자에는 자신을 절대적인 왕이라 믿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모든 것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는다. 심지어 해가 지는 시간조차 자신의 권위로 이루어진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왕은 해를 지게 할 수 없었다. 다만 해가 질 시간을 자신의 명령처럼 포장했을 뿐이다.


사진을 보며 문득 그 왕이 떠올랐다.


나 역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보다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애쓰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왕은 권위를 연출했고, 나는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결국 우리 둘 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보다, 남에게 보이는 자신을 더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 권의 바카라은 읽고 덮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다시 펼쳐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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