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쓰는 목차

by정예슬

아들들 안녕?

대장에서 커다란 용종을 제거하고 핀까지 꽂아둔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전 가을이네.

이르고 긴 유서를 좀 더 부지런히 써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뒤늦게 목차를 써봤어.

살아갈 때 꺼내보게 되는 ‘인생 매뉴얼’까지는 아니더라도 엄마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작은 창구가 되어주었으면 해.

[프롤로그] 유서를 써야겠다 - 발행 완료


1장. 살아가는 기준을 배우는 순간
떠나버린 셔틀 앞에서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남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될 때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에
끝까지 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2장. 사람과 관계를 배우는 순간
비 오는 날 우산을 나눠 쓰며
친구와 멀어지는 날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걸 알았을 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혼자가 편해지는 순간에


3장. 마음을 다루는 순간
울고 싶은 날에 계란말이를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
괜찮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4장. 성장과 배움을 마주하는 순간
바카라 한 권이 나를 흔들어 놓을 때
질문 하나가 생각을 바꿀 때
이해되지 않는 것을 붙잡고 있을 때
처음으로 ‘내 생각’을 쓰게 될 때
배운 것이 삶이 되는 순간


5장. 삶의 무게를 알아가는 순간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면
장난감을 내 보내면서
돈의 무게를 처음 느낄 때
바카라임져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어른이 되어간다는 걸 느끼는 순간


6장. 혼자서도 살아가는 힘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오는 날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기대했던 일이 어긋났을 때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순간에
결국 나를 지켜내야 할 때


7장. 엄마가 남기는 말
내가 떠난 후에도
너희가 서로를 지켜주길 바란다
엄마 없이도 잘 살아가는 방법
그래도 이 삶은 살아볼 만하다
끝까지 너희를 사랑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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