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력이 좋은 사람들은 나를 보면 눈이 충혈되었다고 걱정스러운 말을 던지면서 왜 이렇게 기운이 없고, 피곤해 보이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 이것은 그냥 점이고요... 네? 점이요? 눈에도 점이 있을 수 있나요? 네, 안과에 갔더니 그냥 점이라고 하더라고요.라는 뻔한 레퍼토리를 한 100번은 반복했다.
죽었다 깨어나도 꼭 해야 하는 일
'힘이 없는 인간'으로 불리는 게 싫어서 살도 찌워보려 했지만 뭘 먹어도 도무지 찌워지지 않는 체중은, 차라리 여기서 더 빠지지 않는 게 다행인 지경이고, 근육을 늘리려고 온갖 운동을 했지만 그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힘이 없는데, 어떻게 운동을 해? 라며 게으른 생각으로 힘들어 보이는 운동도 거부, 화룡점정으로 눈까지 시뻘거니 나는 늘 '기운 없는 이상한 인간'이 되었다. 이 상태에서 정신까지 나약해져 버리면, 이거 그냥 아메바보다 못한 수준의 생명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종이비행기처럼 누군가 툭 건들면 날아가버릴 것 같은 하찮은 몸뚱이는 바꿀 수 없어도, 다른 방식으로 나를 길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겐 죽었다 깨어나도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 일을 시작한 지는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는데,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일명 '노인 달리기'라는 것인데, 내가 붙인 이름이다. 나는 태생부터 운동을 싫어하기도 하고, 격렬한 운동을 할 힘도 의욕도 없는 인간인지라, 노인처럼 아주 천천히, 달린다 고하여 붙였다. 자동차로 따지면 시속 20km로 움직이는 것과 같다. 한 번은 공원에서 내가 최대한 낼 수 있는 속도로 달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걷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 할머니가 나보다 더 빨리 걷고 있었고, 나를 제치고 앞서 가시 기도 했다. 나는 노인이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달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남편한테 말했더니 박장대소를 하며 나에게 말했다.
당신 할머니 아니야?
아니, 할머니보다 내가 더 할머니일걸. 할머니가 나보다 더 빠르셔.
나를 길들이기
처음에는 이게 운동이 될까? 라고 생각했는데 매일매일 노인 달리기를 30분동안 달리다 보니, 내 몸에 변화가 생겼다. 우선 정신이 또렷해졌고(원래는 비실비실했다), 자고 일어나면 개운했다. 오후에 이유 없이 피곤한 일이 줄어들었고, 밤에 잠도 잘 오고, 소화도 잘 됐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게 '힘'이라는 것이 생겼다. 몸 구석구석 어딘가에서 따뜻하고 강한 에너지, 기운, 힘, 이런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 이걸로 운동이 된다고? 정말 된다. 한 가지 조건은 매일매일 꼭 실천해야 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노인 달리기를 빼먹어서는 안 된다. 효과는 한 달 정도 이후부터 나타난다. 아주 심각하게 천천히 달려도, 내 몸안에서는 '드디어 이 양반이 운동이라는 것을 하고 있군'이라고 명확히 인지하기 때문에,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다.
시뻘건 눈을 갖고 있고, 기운 없어 보이는 내가, 노인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뱃지 하나가 생긴 기분이다. 마라톤 완주를 했다고 주는, 일회성의 금색 뱃지가 아닌, '너는 마음먹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뱃지.
결핍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 끊임없이 나를 길들인다. 나만의 뱃지를 들고.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