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씹어 삼키며.

휴재공지

by연하일휘

"아빠-아!"


"이모-해야지."


눈 앞에 없을 땐, '이모'라고 외치며 찾는다더니만. 나를 부를 때마다 엄마나 아빠를 외친다. 이제 갓 15개월이 된 둘째 조카, 제 엄마 품에서 이모에게 오겠다며 발버둥을 친다. 조그만 녀석을 안아든다. 바스락거리는 옷의 감촉이 낯설다. 엉키기라도 할까, 조심스럽게 줄을 정리한다.


이 조그만 몸에 주사바늘 꽂을 데가 어디있다고. 링거를 맞은 손으로도 이모가 좋다며 가슴을 톡톡 두드리는 녀석이 안쓰러워 뺨을 간질이며 웃음을 이끌어낸다. 폐렴이다. 그래도 입원 이후, 열도 내리고 기침도 줄어들어 한시름을 놓았다.


이모의 마스크가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해서 벗겨내려 낑낑거린다. 이건 옮아올 걱정보다, 옮겨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의 흔적이다. 아가가 아플 즈음부터 내게도 신호가 왔다. 수면부족과 더불어 휴식시간이 없는 며칠의 시간이 면역체계를 제대로 흔들어 놓은 탓이다.


주말 저녁마다 부업을 겸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다. 기왕 시작한거, 6개월만 채우자- 그 마음과는 달리, 점차 체력이 깎여나간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 주말동안 벌초와 먼 시외로 나가는 약속이 잡혔다. 불안하다. 야심차게 약속은 잡아두었지만, 주말의 피로가 다음주를 지배할 것만 같은 예감.


주말 알바의 퇴근 시간은 밤 12시다. 평일의 학원 수업이 낮부터 시작되니 택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중, 여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월요일 아침, 7시에 종합병원 오픈런과 첫째 조카의 등원을 도와달라는 부탁이다. 둘째의 열이 떨어지지 않는단다. 덧붙여 아버지의 병원 진료도 연달아 잡힌 주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학원은 늦게 출근하는 만큼, 퇴근 시간도 늦다. 그리고 아버지 병원 진료는 아침 일찍 나가야 한다. 수면부족이 예상된다.


괜찮다. 여기까지는, 2-3일 정도는 그럭저럭 버틸만 하다. 주말동안 회복하지 못하였긴 하지만, 곡예하듯, 남아있는 체력게이지로 균형잡기 정도는 가능하다.


문제는 둘째의 입원과 제부의 야근과 새벽근무가 겹쳐버렸다. 첫째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어머니가 첫째를 하원시키고 병원으로 바래다준다. 그리고 내가 퇴근하며 첫째를 데려와 씻기고 잠을 재운다. 그리고 다음날 일찍 내려가 아침을 먹이고 등원까지 하면 완료. 그 다음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한다. 진료가 끝나면,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 부족한 잠이 툭툭, 균형을 깨트린다. 이 와중에 허리 통증이 시작되었다.


요추 부근에 돌 하나가 얹어진 듯, 뭉근한 통증이 몰려온다. 그리고 아랫배로 번져나간다. 아, 그날이다. 그런데 너무 이르다. 그래도 주기가 딱 맞는게 내 자랑 중 하나였는데, 바빴던 일정이 호르몬을 뒤흔든걸까. 그럴 때면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본래 그 시기가 되면 예민하던가, 가볍게 앓던가. 둘 중 하나인데. 이번에는 느낌이 좋지 않다. 그 촉이 맞아 떨어지듯, 수업을 하다 신호가 왔다 .


"나 내일 크게 앓을 예정이야."


친구에게 보낸 문장 그대로, 다음날 몸이 안 움직인다. 조카와 아버지를 챙겨야하는, 그 상황이 초인적인 의지로 작동한다. 다행히 남동생의 휴일이다. 아버지를 대신 부탁하고 이번에는 내 병원으로 향한다.


목에서 피가 나요....


한 문장만 내뱉었지만, 척척 진단이 내려진다. 목감기와 몸살감기. 컨디션이 떨어질 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반응이 오는 것이 목이다. 몸살기운이 차근차근 몸을 뒤엎건만, 수액을 맞을 시간도 없다. 올라갈 줄만 알고 내려오지 않는 체온에 해열 진통제만 추가로 손에 쥔 채, 출근길에 오른다.


그날만 안 겹쳤어도 이렇게까지 앓지는 않았을텐데. 이렇게 바쁠 줄 알았으면, 주말 약속을 뺐을텐데. 뒤늦은 한탄과 후회를 해도 아픔은 덜어지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절묘하게 일들이 겹칠 줄은 몰랐다. 호사다마라고, 쉬어야 했을 주말을 실컷 즐긴 후유증일까.


수업을 할 기력조차 올라오지 않는다. 그 좋아하는 커피도 통증에 넘어가질 않는다. 결국 초콜릿 한 통을 구입한다. 강제로 에너지를 끌어올릴 때, 가장 좋은 특효약이다. 쉬는 시간마다 몇 알을 씹어 삼킨다. 목이 부어 나오지 않는 목소리, 녹아내려 바닥으로 쏟아질 것 같은 몸. 다행인건 해열제가 제 기능을 해준다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도 조카들이 눈에 밟힌다. 더워지는 날씨에 마스크 안으로 땀이 차오르지만, 첫째와 둘째가 아른아른거린다. 그래, 이모의 신경안정제들. 몸이 좀 아프면 어떠냐. 너희를 안고 있으면, 잠시나마 통증조차 잊게 되는걸. 둘째의 병문안을 가고, 첫째를 놀아준다. 그래도 마음만은 좀 편한 덕분일까. 해열진통제를 추가복용하는 일이 멈췄다.


바쁜 와중에도 간간이 몇 글자씩 나열하며, 엮어놓았던 글자들을 완성했다. 월요일, 그리고 수요일 온라인카지노북. 컨디션은 제법 올라왔다. 하루이틀정도 끙끙 앓고나니, 살만하다. 문제는 금요일, 야심차게 시작했던 소설이 막혔다. 첫만남을 하는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도통 되질 않는다. 감정이 메마른건지, 아파서 그런건지. 결국 쓰던 내용들을 다 지워버렸다. 설화를 재구성하는 것이니 할만 하리라 생각했던 것이 오만이었을까, 소설은 역시 쉽지 않은 분야다.


새롭게 이야기를 구상한다. 대체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는거야. 사랑에는 이유가 없는데. 계기도 없는데. 사랑에 빠지는 건, 그저 순간의 야속함일 뿐인데. 본질적인 질문에 빠져들다 결국 백기를 들고만다. 그냥, 좀 더 천천히 고민하자. 안 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흘려보내지 뭐.




그래서 금요일 온라인카지노 북은 하루 쉽니다. 제법 심하게 하루이틀정도 앓고, 그 뒤로는 기운이 좀 없었어요. 그런데 소설이란걸 처음 시도하다보니, 안 그래도 나쁜 머리가 더 일을 안 하려고 하나봅니다..ㅎㅎㅎ


사실은 휴재공지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놓고, 그냥 조금 찡찡거리는 글이랍니다. 이번주 너무 바빴어서, 그래서 글벗님들 자주 찾아가뵙지 못하고 흔적도 남기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요..ㅎㅎ


저는 이번 주말동안은 밀린 잠을 보충할 예정입니다. 제부도 며칠 고생하더니 이제 조금 쉰다고 하네요. 조카들은 맘편히 맡겨놓고 한없이 게을러지려구요.


글벗님들 모두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를 바라요:) 아프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