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사랑을 얻는 방법

질투심 유발?

by연하일휘

이모한테 와- 두 팔을 벌리며 한껏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둘째는 또다시 낯을 가리는 듯, 시어머니, 제 할머니의 품에 폭 안기며 숨어 버린다.


"야, 너 이제 이모 알잖아."


서운한 목소리에도 둘째 조카는 고개만 갸웃댈 뿐 다가오질 않는다. 이모 바라기였던 첫째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손끝으로 말랑한 볼을 한두 차례 콕콕 찌르면, 웃음을 터트리며 할머니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여동생의 말로는 요즘 낯가림도 없다던데. 유독 이모가 왔을 때마다 '낯을 가리는 척'을 하는 것 같단다. 이모랑 밀당이라도 하는 걸까. 눈만 마주쳐도 울던, 꼬물거리며 기어 다니던 것이 엊그제인데, 활짝 웃을 때마다 보이는 작은 아랫니가 유독 시선에 콕 박힌다.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 주변에서 완벽한 조합이라 이야기를 듣는 여동생은, 제 자식이지만 너무 다르단다. 딸과 아들, 조금 더 큰 뒤에 차이가 드러날 줄 알았건만, 신생아 때부터 차이가 확연하다고. 그래도 아들을 먼저 키운 덕분인지 딸 키우기가 조금 더 수월하다는 말을 더하곤 했었다.


이모는 딸이든 아들이든 조카라면 다 귀엽지만, 다르긴 다르다. 성별보다는 기질의 차이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첫째보다 둘째는 웃음이 많다. 작은 일에도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메우는 일이 참 많다. 첫째는 소리내서 웃기 보다는 온몸으로 표현하는 편이었는데, 둘째는 때때로 비명과도 비슷한 웃음소리를 자주 터트린다. 첫째는 나만 보면 안아달라 칭얼댔지만, 둘째는 숨기 바쁘다. 이모를 두고 둘이서 싸우지 않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모를 볼 때마다 도망가는 모습에 조금 서운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방에서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낮잠 시간을 채 채우지 못하고 깨어나버린 첫째의 잠투정이다. 악몽을 꾼 것인지, 이르게 깨어버려 심기가 불편한 것인지. 제 감정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물까지 떨구는 첫째를 품에 안아 든다.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옹알이하듯 부리는 투정에 등을 쓸어내려준다. 이럴 때는 신경을 돌릴 만한 것이 필요한데. 이것저것 장난감들을 집어 들며 말을 건네보지만, 유독 오늘따라 장난감을 밀어내며 품으로만 파고든다.


거실에 앉아 첫째를 무릎에 눕힌 뒤, 천천히 쓰다듬는다. 뺨에 맺힌 작은 눈물방울을 닦아내 주며, 한 손으로는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인형극을 벌인다. 조용히 듣다가도, 금세 칭얼거리며 품으로 얼굴을 파고들고, 그러다가 다시 또 이모 손에 쥐어진 장난감으로 시선을 돌린다. 더 어릴 적에는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리는 것이 수월했는데, 점점 커가면서 쉽지가 않다.


옆에서 강렬한 시선이 느껴진다. 제 할머니 품에 안겨있던 둘째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더니 아장아장, 아직 서툰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제 오빠를 슬쩍 밀치며 이모 품으로 파고든다. 분명 낯가린다고 이모에게 오지도 않던 녀석이더니만, 오빠를 안고 있는 모습이 질투가 난 모양이다.


요즘 오빠바라기가 된 둘째다. 제 오빠가 갖고 노는 장난감이 궁금하고, 먹는 간식이 궁금하고, 오빠가 가는 곳마다 따라간다. 덕분에 외할머니인 어머니도 둘째를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 한다. 엄마 껌딱지인 둘째를 안기 전에, 첫째를 한참 동안 품에 안고 있으면 둘째가 자기도 안아달라며 다가온단다. 의외로 둘째의 사랑을 얻는 법은 어렵지 않나 보다. 오빠를 따라 하는 것인지, 둘째의 질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투정이 끝나지 않은 첫째를 안아 드느라, 둘째를 슬쩍 할머니 품으로 건네주자 울음을 터트려버린다. 아이고, 사랑을 듬뿍 받는 것도 좋긴 한데, 이모는 몸이 하나밖에 없어- 미안함에 몰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자리를 피한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이모인데, 사랑이 넘치는 조카들이 미안하고도 고마운 요즘이다. 저 작은 것들의 조건 없는 사랑에 푹 빠져들어 버렸다. 이제는 아기냄새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아가들. 제법 묵직해지며, 어깨와 허리로 근육통을 만들어내지만 품에서 놓지 못하는 요 예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