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송곳이라도 박혔나
"선생님은 고무줄이에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감탄과 숨겨진 부러움이 함께 담겨 있다. 빼려고 마음먹으면 그냥 빠지나 봐- 뒤를 돌아 가볍게 응대하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 없다. 다이어트 선언을 한지 약 한 달 반, 미미하나마 체중 감소가 지속되던 참이었다. 물론 얇아진 옷 덕분에 그리 보이는 것도 있겠다마는, 기분 좋은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큰 변화가 없어 조급해지는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이들의 시험기간 동안 끊었던 야식을 다시 먹고 말았다. 빠지다가 정체가 오고, 또 빠지다가 슬쩍 숫자가 올라가고. 야식에 대한 죄바카라감을 덜어내기 위해, 목적지 없는 발걸음을 옮기곤 했었다. 한낮의 공기와는 달리, 아침저녁의 찬 공기에 잔뜩 몸을 움츠리며 종종거리고 나면, 작은 뿌듯함이 몰려왔다. 다만 여러 일정들이 겹치며 점차 길게 걷는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워지던 참이다.
그러다 시선에 들어온 것은, 창고 한 구석에서 먼지가 쌓여가던 제부의 전기 자전거다. 휘발유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유독 다른 지역보다도 유가가 비싼 제주도라 운전이 점점 부담이 되던 중이었다. 그렇다고 버스를 타자니, 하필 출근 시간에는 빙빙 도는 노선밖에 없어 시간이 배로 걸려버린다. 차라리 약 8.5km 정도 되는 거리,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 어떨까. 운동과 절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제부의 쉬는 날에 맞춰 전기 자전거 정비를 부탁하던 찰나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몇 년 전, 언니가 받아갔던 아버지의 자전거를 남동생이 받아 왔단다. 기왕 운동을 할 거라면, 역시 전기 자전거보다는 일반 자전거겠지.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 꽤 큰 거금을 들여 구입한 자전거다. 아버지의 긴 병원생활 끝에 자전거는 제부가 가져갔었다가, 이후 언니에게 전해졌다. 가족의 안에서 돌고 돌던 자전거를 내가 사용하게 되었다. 언니의 말로는, 막상 가져갔지만, 타지는 못했다는데, 오랫동안 방치된 탓인지 수리할 곳이 많다. 타이어는 둘 다 축 늘어져 있고, 왼쪽 브레이크는 잡히는 느낌이 전혀 들지를 않는다. 그래도 타다가 고장 난 것은 아니니까- 가볍게 생각하며 수리점에 들렀지만, 앞브레이크와 앞바퀴 모두 터졌단다. 이 둘을 교체하는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주유비를 아끼려다가, 오히려 돈이 더 나가는 것 같은데...... 혼자 속으로만 말을 삼키며 카드를 내민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탔던 것이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혹여 타는 법조차 까먹었을까 싶었지만, 가볍게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조금씩 익숙해진다. 물론 지나다니는 차나 사람들을 피할 때마다 바들거리며 휘청대지만, 며칠정도 연습을 하면 괜찮을 성싶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페달을 밟을 때마다 엉덩이 뼈가 뾰족하게 찔러대는 통증이 시작되었다.
요령껏 기어를 바꿔가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자전거를 주행한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내 뼈의 날카로움을 처음으로 느낀다. 결국 엉덩이가 아파서 첫날의 연습은 중도 포기.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 통증의 정도가 더 심해졌다.
자전거 안장에 앉자마자 악-소리가 절로 날 것 같다. 누가 송곳 두 개를 엉덩이에 박아놓기라도 한 것마냥, 욱신거려 페달을 밟기가 무섭다. 자리에 쪼그려 앉기만 해도 전날 주행하며 배긴 근육통이 엉덩이와 허벅지 안 쪽으로 몰려온다. 원래 처음 타면 엉덩이가 많이 아플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었다만, 이렇게까지 아파도 되는 걸까.
자전거를 즐긴다던 지인에게 연락을 해 보니,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준다.
"한 이주정도 타다 보면, 아픈 건 거의 가라앉을 거야."
자전거 안장이 본래 그렇단다. 아픈 게 맞단다
그래서 괜히 자전거용 바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너무 힘들면 다이소에서 안장 커버라도 구입하라는 조언이 더해진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는 재미있다. 통증이 제법 심하지만, 그 재미 하나에 꾹 참고 연습 겸 짧은 주행을 즐기는 중이다.
"너 통뼈라며. 그런데도 아파?"
"통뼈라고 뼈가 둥글둥글하진 않잖아요......."
"그런가, 근데 사실은...... 익숙해져도 타다 보면 엉덩이는 계속 아프긴 아파."
통증과 재미 가운데에 끼어 버렸다. 이주 정도만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젠 또 아니란다. 엉덩이에 송곳 두 개가 콕콕 박혀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통증을 참으며 출퇴근은 정말 무리다. 내 속도로는 최소 3-40분은 주행을 해야 할 텐데.
한숨이 새어 나오듯, 돈도 새어나간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통증에 지고 말았다. 그래, 넓은 안장으로 바꾸면 덜 아프다니까- 가장 저렴한 안장을 고른다. 아마 결제를 누르는 손이 떨리는 것은 단순한 수전증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