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시간만 채우고 있었다.
회사 생활을 5년 했지만,
그는 여전히 5년 차 신입사원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나도 한때는 그런 3년 차였다.
연차만 쌓이면 저절로 실력이 붙는 줄 알았다.
1년 차든 10년 차든,
진급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한다.
하지만 실력은 다르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그저 시간만 채우고 있었다.
신입사원 때는 주는 일만 잘 처리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주임이 되면 일머리가 생긴다.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스스로 고민하고,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게 된다.
실력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이 과정을 얼마나 밀도 있게 채웠는지가
같은 연차에서도 실력을 가른다.
"영업은 숨을 곳이 없다."
신입 때는 기존 고객을 관리하며 이탈을 막는 게 핵심이다.
주임, 대리가 되면 신규 영업을 시작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
소개를 받으면 첫 만남의 어색함은 줄어든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온전히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왜 우리 제품을 써야 하는지, 객관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익숙한 걸 바꾸는 데는 늘 위험 부담이 따르니까.
그런데 영업사원들이 자주 착각하는 게 있다.
그 이유를 내가 정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결국 고객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근거를 성실히 보여주는 것까지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영업의 태도는 설득에서 존중으로 바뀐다.
그 몇 초의 침묵을 잊지 못한다.
신규 업체와의 첫 미팅에서,
담당자가 예상 밖의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 몇 초의 침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나는 내가 얼마나 준비 없이 나갔는지 깨달았다.
그 뒤로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예상 질문과 변수를 미리 정리하고,
동료와 롤플레잉을 했다.
가상의 고객이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상황까지 만들어 훈련했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 실제 고객 앞에서 머릿속에
이미 여러 시나리오가 그려져 있다.
이것이 시간이 아니라 훈련이 만드는 실력의 격차다.
이겨도, 오래가지 못하는 승부
경쟁사 단점을 짚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그 단점은 언젠가 개선되고,
그 순간 내 논리는 힘을 잃는다.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명확히 세우는 데 있다.
결국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말은 고객의 판단을
내가 대신해 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고객은 생각보다 정확하게 판단한다.
정직한 정보 앞에서는 스스로 옳은 쪽을 알아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
그 시간 안에서 무엇을 훈련하고 고민했는지에 따라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결국 실력을 증명하는 건 나의 화술이 아니라,
그 앞에서 내려지는 고객의 판단이다.
나는 지금,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오지홍 세일즈 강사 (세일즈마케팅연구소 강사)
23년간 영업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상담해 왔습니다.
현재 세일즈마케팅연구소를 운영하며,
초보 영업자가 고객과 신뢰를 쌓고 상담 후
다시 연락하는 방법을 강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