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일본 거래처 담당자와 몇 년 동안 함께 일해 온 관계였기에,
나는 당연히 사이가 좋고 일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이 나를 부르더니
일본 담당자가 내 행동이 싫다며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일본 사람들이 자기표현을 잘하지 않아서
속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돌려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당혹스러움 뒤에는 부끄러움이 따라왔다.
몇 년을 함께 일해온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하는 것보다 더 아팠다.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지난 영업 활동의 진행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멍하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지."
그 생각이 들었던, 나의 해외 영업 실패담이다.
이런 변화는 내가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관계가 좋다고 믿고 있을 때,
정작 상대방은 이미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막상 그 상황이 닥치고,
그 결과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변화와 위기를 인식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관계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고 있었다.
오랜 관계일수록 오히려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있다.
익숙함에 기대어 그 신호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위기는 언제나 이렇게,
아무런 예고 없이 익숙한 관계 안에서 조용히 자라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담당자는 분명 여러 번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말이 아니라 반응의 온도로,
메일의 속도로,
작은 것에서 조금씩.
다만 그 신호를 읽어야 할 사람은 상대가 아니라 나였다.
관계에서 정말 중요한 건 언제나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였다.
나는 처음 온라인 게임생활을 영업 및 무역 업무로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해외 무역, 특히 일본 쪽 비즈니스와 통역 업무를 맡다 보니,
그에 딸린 영업 업무도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내성적이고 남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려웠던 내가
영업이라는 한 우물을 23년 동안 계속해 왔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리고 영업에 관한 바카라을 쓴다는 것도,
과거의 나였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일이다.
영업을 좋아하지 않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느끼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일에 애정이 생기고
그 분야를 깊이 공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용해 나가게 된다.
나에게 그 변화는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었다.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면서,
아주 천천히 쌓여온 것이었다.
위기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변화를 알아차리고 나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나는 여기서 도태될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기회로 바꿀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일본 거래처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에게도 두 가지 길이 있었다.
그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방어하거나 회피하는 길,
아니면 내 행동을 되돌아보고 관계를 다시 쌓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 담당자와 다시 직접 대화를 나누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물었고,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자존심이 상하는 과정이었지만,
그 위기를 인정하고 마주했기 때문에
관계를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대화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설명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이 한마디가 그 담당자의 마음을 조금씩 다시 열어주었다.
결국 관계를 되돌린 것은 나의 해명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였다.
변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습관을 바꾸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일수록
그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 어려운 변화를,
최소 21일만 메모하며 실행해 보라고 말이다.
매일 조금씩 바꾸고 싶은 행동을 기록하고 실천하다 보면,
21일이 지난 뒤에는 그것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어 있다.
오히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내가 21일 동안 행동습관을 바꾼 것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직접 기입을 했다.
내가 바꾸고 싶은 행동을 오늘 진행했는가, 아닌가.
그 결과 표시를 O, X로 나타냈다.
직관적으로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 행동의 변화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기법은 내가 영업 및 마케팅 강의를 할 때
수강생 분들에게도 주는 나의 치트키 같은 것이다.
간단하면서도 바로 실행하고 평가할 수가 있다.
다만 이 체크리스트에 적어야 할 항목은
내가 얼마나 말을 잘했는지가 아니었다.
고객에게 얼마나 자주, 얼마나 먼저 연락했는지,
고객의 반응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폈는지였다.
결국 바뀌어야 할 것은 화술이 아니라,
고객을 향한 시선의 방향이었다.
일본 거래처와의 위기를 겪은 이후,
나는 관계에 대한 나의 태도를 다시 점검하는 습관을 들였다.
상대방의 작은 반응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고,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자주 안부를 묻고 상황을 확인했다.
이 습관이 몸에 배기까지도 꼭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위기는 반갑지 않은 손님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그러나 그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것은 나를 도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3년의 영업 인생을 돌아보면,
나를 성장시킨 것은 늘 순조로웠던 시절이 아니라,
이렇게 위기를 마주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 위기의 한가운데엔 늘 고객이 있었다.
내가 무엇을 잘했는지가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느꼈는지.
지금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그 관계는,
정말 괜찮은 걸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나에게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오지홍 세일즈 강사 (세일즈마케팅연구소 강사)
23년간 영업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상담해 왔습니다.
현재 세일즈마케팅연구소를 운영하며,
초보 영업자가 고객과 신뢰를 쌓고 상담 후 다시 연락하는 방법을 강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