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도 좋았고,
질문도 구체적이었고,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라는 말도 들었으니까.
그런데 몇 주가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다시 연락을 해보니, 돌아온 답은 이랬다.
"저희 팀장님이 다른 업체를 좀 더 좋게 보시는 것 같아요."
그때 알았다.
나는 담당자의 마음을 얻은 것이었지,
계약을 얻은 게 아니었다는 걸.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조금 편하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다른 곳에 있다!
B2B는 회사와 회사가 만나는 거래다.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내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담당자가
최종 결정권자인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담당자 위에는 팀장이 있고,
팀장 위에는 부장이,
그 위에는 임원과 대표가 있다.
이 결재 라인을 하나씩 거치는 동안,
처음에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조금씩 결이 바뀌곤 한다.
내가 제안했던 A 안이 어느새 B 안이되어 있기도 하고,
부서마다 생각이 달라 갑자기 다른 업체로 이야기가 넘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담당자와의 미팅이 좋았다고 해서
곧바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그 위에 있는 결정권자를 어떻게 이해시키느냐,
거기서부터가 진짜다.
가능하다면 담당자 선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실제 결정권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다.
그래야 내 제안이 중간에서 흐려지지 않고,
처음 전하고 싶었던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
짧으면 며칠,
길어도 몇 주 안에 결정이 나는 거래도 있지만,
B2B는 조금 다른 시간을 산다.
첫 미팅부터 계약까지 몇 개월,
길게는 1~2년이 걸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런 경우는 삼성 반도체에 제품 파일롯 테스트 납품하고,
테스트 기간을 약 1년 정도 한다. : 반도체 장비회사 영업할 때)
제품을 검토하고,
내부 품의를 올리고,
예산을 확보하고,
유관 부서와 협의하고,
파일럿 테스트까지 거치다 보면
시간은 생각보다 훌쩍 지나가 있다.
이렇게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담당자가 바뀌기도 하고,
회사의 방침이나 예산 사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B2B 영업을 오래 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게 있다.
한 번의 미팅으로 결과를 서두르기보다,
긴 호흡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마음이 필요하다.
같은 제품이라도,
사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같은 제품을 두고도
A사는 비용을 가장 먼저 살피고,
B사는 품질과 안정성을 먼저 본다.
어떤 담당자는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어떤 담당자는 그저 상사에게 전달할 자료를 준비하는 역할에 더 가깝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부서마다, 담당자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르다.
그래서 하나의 제안서,
하나의 화법으로 모든 고객을 설득하려 하면
어딘가에서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걸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이
어쩌면 B2B 영업의 진짜 핵심일지도 모른다.
관계는 하루 만에 쌓이지 않는다
B2B는 대개 "그 회사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관계가 오래될수록,
새로운 업체가 그 사이에 끼어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일본의 경우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신생 업체나 경쟁 업체에게는
만날 기회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다.
어렵게 기회가 생기더라도,
신뢰할 만한 누군가의 추천 없이는
계약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어느 때는 품질이 중요했다가도,
다음번에는 단가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처럼,
회사 사정에 따라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곤 한다.
또 결정권자들끼리의 인맥을 통해
새로운 업체와의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만나는 담당자가 결정권자가 아니라면,
여러 경로를 통해 결정이 늦어지거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늘 마음 한편에 담아두려 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이 복잡함을 가장 편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입장을 한번 바꿔 생각해 보는 것이다.
처음 보는 신생 업체가 우리 회사에 영업을 하러 왔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그 영업사원의 말만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거래를 결정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먼저 그 업체의 평판을 조심스레 알아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살펴본다.
그러고 나서야 제품과 서비스를
업계의 시선으로 찬찬히 검토한 뒤
거래 여부를 정하게 된다.
B2B는 한 번의 설득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복잡한 결정 구조,
긴 시간,
서로 다른 니즈,
오랜 관계 속에서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이 복잡함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거기서부터 진짜 B2B 영업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오지홍 세일즈 강사 (세일즈마케팅연구소 강사)
23년간 영업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상담해 왔습니다.
현재 세일즈마케팅연구소를 운영하며,
초보 영업자가 고객과 신뢰를 쌓고 상담 후 다시 연락하는 방법을 강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