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움켜쥔 노하우는 나를 지키고 있는가?
"이 고객은 내가 발굴하고, 내가 키운 나의 고객이다."
영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 생각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계약이 한 사람의 노력과 발품으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생각이 지나치게 굳어질 때 생긴다.
"나 혼자 판다"는 방식이 영업의 유일한 정답처럼 자리 잡아버리는 것이다.
같은 회사,
같은 부서 사람들과도 영업 실적 때문에 서로 경쟁하는 관계였다.
옆자리 동료가 나의 협력자가 아니라,
나의 경쟁자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내 성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8화에서 이야기했듯,
영업 조직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별 실적으로 평가받고,
한정된 인센티브를 나눠 갖는 구조 안에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나 혼자 판다"는 태도를 갖게 된다.
이런 구조 안에서는
서로 자기가 가진 노하우와 고객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내가 애써 만든 자료가 동료에게 넘어가면,
곧바로 내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에는
내가 오랫동안 관리해 온 고객이 그 동료에게로 옮겨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공들인 시간과 노력이
한순간에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개척 영업을 시작해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고된 과정이 눈앞에 놓인다.
이런 경험을 한두 번 겪고 나면,
누구든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내 것은 내가 지킨다"는 태도 가
오히려 합리적인 생존 전략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오래된 방식과 결별하기로 했다.
'결별'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가 있다.
"방식을 조금 바꿔보자"는 정도로는
이 뿌리 깊은 습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랫동안 몸에 익은 "나 혼자 판다"는 태도는,
웬만한 각오 없이는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하나의 이별로 규정하고 싶었다.
내가 지켜온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
결국 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혼자 쌓아온 노하우는
나 한 사람의 한계 안에서만 작동한다.
내가 하루에 만날 수 있는 고객의 수,
내가 처리할 수 있는 계약의 규모,
내가 알고 있는 정보의 범위는 언제나 제한적이다.
"나 혼자 판다"는 방식은
결국 나 자신의 그릇 크기만큼만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다른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 판다"와 결별한 자리에는
"함께 판다"가 들어선다.
함께 판다는 것은,
단순히 동료와 사이좋게 지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가진 정보와 노하우를 팀과 공유하고,
반대로 팀이 가진 정보와 노하우를 내가 흡수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 혼자 만날 수 있는 고객의 수보다 훨씬 많은 고객에게,
나 혼자 알고 있는 지식보다 훨씬 넓은 지식으로 다가갈 수 있다.
더 나아가면 "구조가 판다"는 단계에 이른다.
특정 한 사람의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거나 퇴사하더라도,
고객과의 관계와 노하우가 팀 안에 남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구조 안에서는 내가 굳이 정보를 움켜쥐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내가 나눈 만큼,
팀에서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동료의 계약을 도와주는 일은 나의 손해가 아니다.
팀 전체의 성과이자,
결국 나에게도 돌아오는 이익이 된다.
이 결별을 선언하고 나서,
나의 영업 방식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고객 정보를 팀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내가 없는 순간에도 동료가
그 고객을 케어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해 두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동료가 채워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 혼자 판다"는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 한 시절의 나를 성장시켜 준 방식이었다.
다만 그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지금 당신이 지키고 있는 정보와 노하우는,
정말 당신을 지켜주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고 있는가?
'나 혼자 판다'와의 결별은,
결국 나 자신의 한계와의 결별이기도 하다.
오지홍 | 세일즈마케팅연구소 대표.
23년간 영업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상담해 왔다. 지금은 초보 영업자에게 고객과 신뢰를 쌓고, 상담 후 다시 연락하는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