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세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23년간 넘나든 네 가지 기술영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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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동료가 큰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소식을 들었다.



축하한다는 말이 먼저 나가야 했는데,

마음속에서는 다른 게 먼저 올라왔다.


'저 친구가 잘하면, 이번 달 순위에서 나는 어디쯤일까.'


이 감정을 느껴본 영업사원이라면 알 것이다.


나는 이 감정을 오래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20년 넘게 영업 현장에 있으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영업이라는 직무는 하나로 뭉뚱그려 이야기하기에는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어떤 기준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일이 된다.






고객 기준, B2B와 B2C



영업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1. B2B 영업은 고객이 기업이나 회사인 경우다.


2. B2C 영업은 최종 소비자가 일반 개인인 경우다.



일반적으로 B2B는 계약 하나에 걸리는 매출 규모와

그에 필요한 영업 노하우의 수준이

B2C보다 높은 편이다.


계약 하나에 여러 단계의 의사결정과

오랜 협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B2C는 거래 대상이 개인이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보통 광고를 통해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고객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쓴다.






지역 기준, 국내영업과 해외영업



지역을 기준으로 나누면

국내영업과 해외영업으로 구분된다.


해외영업은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언어의 장벽은 물론이고,

상담 방식이나 의사결정 속도,

계약서에 대한 태도까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최근에는 여기에 정치적인 문제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 수출입 규제, 국가 간 외교 관계에 따라

거래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생긴다.


나는 23년 동안 국내영업과

해외영업을 모두 경험했고,

신규 고객을 개척하는 영업과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영업도 함께 해왔다.






내가 걸어온 기술영업의 길



전문성을 기준으로 보면

기술영업,

제약영업,

보험영업 등으로 나뉜다.


각 분야마다 요구되는 전문 지식이 다르고,

그 지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가

곧 영업의 경쟁력이 된다.



내가 걸어온 분야는 기술영업이다.


기술영업은 단순한 영업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정확한 대응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기술영업의 고객은 대부분

연구원이나 엔지니어들이다.


이들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상당한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업사원도 끊임없이

그 분야를 공부해야 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항상 최신 논문 자료와 연구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하는 일이 기술영업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영업 안에서도 세부 분야는 다시 나뉜다.


IT 기술영업,

제조 · 설비 기술영업,

반도체 · 전자부품 기술영업,

화학 기술영업,

에너지 · 플랜트 기술영업 등이 대표적이다.






내가 실제로 경험한 네 가지 기술영업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직접 경험한 기술영업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화장품과 제약회사에

화학 원료를 판매하고 제안하는 일 이었다.

고객사의 신제품 개발 방향에

맞춰 원료를 제안하고,

때로는 제품명 아이디어까지 함께 고민했다.



둘째, 반도체 업체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고

관련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일 이었다.

최신 공정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였고,

고객사의 기술진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했다.



셋째, IT 스타트업에서 IT 기술을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일 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며,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기술적으로 이해하고

제안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넷째, 화학 플랜트 공장에 컴프레서를

판매하고 기술 지원 을 하며,

여러 국내외 회사들과의 업무를

조율하고 진행하는 일이었다.

설비 하나하나의 기술 사양은 물론,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의 일정과

요구사항을 맞추는 조율 능력이 필요했다.





세분화가 만드는 명암



이렇게 영업이 세분화되면서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다.



밝은 면은,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영업처럼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그 분야를 깊이 아는 사람일수록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쉽다.


어설프게 여러 분야를 겉핥기로 아는 것보다,

한 분야를 제대로 아는 것이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된다.



반면 어두운 면도 있다.


세분화가 지나치면,

영업사원이 자신의 분야 밖의 일에는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신규영업만 하던 사람은

기존 고객관리의 감각을 잃고,

기존고객관리만 하던 사람은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도전을 두려워하게 된다

.

영업전략을 짜는 사람과

실제 현장에서 뛰는 사람,

영업을 지원하는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결국 세분화된 전문성을 갖추되,

그 벽 너머의 영역에도 관심을

잃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내가 여러 분야의 기술영업을 넘나들며 배운 것은,

각 분야의 전문성은 서로 다르지만 고객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본질은 결국 같다는 사실이었다.







오지홍 | 세일즈마케팅연구소 대표.


23년간 영업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상담해 왔다.

지금은 초보 영업자에게 고객과 신뢰를 쌓고,

상담 후 다시 연락하는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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