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작은 소리에도 관심을 갖고
소리의 근원을 찾는데 집착스러울 만큼 집요했다.
카페에서 서로의 일상을 묻고 답하는 시간에도
옆 테이블 커플의 대화 내용을 담아뒀다가
우리의 대화가 끝나면 커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들이 무엇에 의견이 갈려 싸우는지를
나에게 주절주절 이야기하곤 했다.
그럴 때면
난 왜, 이 사람은 나의. 우리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걸까를 생각하며 아쉬워했지만 티를 낸 적은 없었다.
그만의 습관일 수도,
그가 나에 대한 관심의 크기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오가며 섭섭한 마음의 크기는 적당한 크기의 언저리에 머물렀었다.
한 번은 이미 두 번이나 이야기한 나의 스케줄을
기억 못 하고 있는 그에게 언성 높여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만 미안하다고만 말할 뿐 그 뒤로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며 이 정도가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이라 생각했고,
그러한 시간의 반복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별의 기로에 놓였다.
“ 그냥 나에 대한 집중이 부족한 게 나를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아니야?
기억력이 부족하다는 건 핑계이고 나에 대해 온전한 관심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잘 기억하면서 내가 한 이야기는 기억 못 하는 거잖아.
그걸 인정하라는 게 아니라 나도 이젠 그런 네 모습이 싫어지기 시작했고, 더 미워하기 전에 그만하자는 거야. “
그는 이 순간에도 다른 소리에 관심이 있는지 화를 내지도 내 이야기를 부정하지도 않은 채 듣고만 있었다.
“답답해”
처음엔 이야기가 끊임없음이 좋았고 말이 잘 통한다 생각했었다. 이별을 하는 순간에서는 그러한 그의 모습이 나에게 상처를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우린 그렇게 헤어짐을 맞았다.
“넌 왜 그렇게 너만 생각해? 내가 한 이야기 기억 못 하는 건 너도 마찬가지인데 그럼 너도 날 그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거 아니야?
지금도 너만 아프다, 상처받았다, 서운하다 말하지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전에 이야기한 일은 잘 풀렸는지 안 물어보고 있잖아?
난 그럼에도 네가 좋으니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뿐이야.
넌 지금 네가 나에 대한 감정이 옅어진 걸 내 핑계를 대면서 우리의 이별이 너 때문이 아닌 나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
몰랐다. 내 감정이 변할 수 있고, 상대가 아닌, 내가 상대를 놓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를 떠난 사람들에게 이유를 찾는 게 훨씬 편했을 뿐 나의 감정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거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있는 중이라면, 내 마음을 내 자신에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다음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갖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