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 가장의 삶에 관하여
내가 사는 아파트는 1,700여 세대가 입주해 있는 비교적 대단지다. 찻길 하나면 건너면 초등학교도 있다. 아침에는 아이들이 많고 저녁에는 노인들이 많다.
일요일 아침. 요새 한창 성인 자전거 타기에 여념 없는 막내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넘어 초등학교 넘어 그나마 오토바이나 차량 통행이 뜸한 공원에 갔다.
아이는 다리도 닿지 않는 자전거를 이제 제법 능수능란하게 타는 편이다. 잠깐 쉴 때, 물 안 챙겨 왔냐고 물으니 아침부터 무더운데 좀 더 일찍 왔으면 시원했지 않느냐며 타박이다.
공원 안에 제일 큰 나무 그늘 아래 서서 휴대폰으로 노래를 들었다. 무덥지만 여름 아침은 싱그럽다. 그 싱그러운 아침을 어찌 나만 만끽할쏘냐. 크고 작은 개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개중에는 두 발로 세워놓으면 키는 작겠지만 덩치는 배나 큰 사냥개도 있고, 유아차에 떡하니 앉아 자율주행 드라이브를 즐기는 애완견도 있었다. 방한에 신경 쓰느라 온몸을 털옷으로 중무장했는데 그 옆에서 연신 부채질해주는 모습이 우스웠다.
- 개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옆에 있는 할머니한테나 부쳐주지.
그야 뭐 할머니의 불만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는 문제니 내가 간여할 바가 아니었다. 다만, 개 팔자가 상팔자임은 틀림없는 얘기였다.
아이가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하여 돌아오던 길이었다. 초등학교 지나 아파트 초입에 다다랐을 때, 층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어느 개가 왈왈왈왈 거의 필사적으로 짖기 시작했다.
아이도 데시벨을 운운할 정도로 크게 울렸는데, 가로수에 막혀 어느 집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정확히 개 소리에 데시벨을 맞추어 소리쳤다.
"야 이, 개XX 좀 어떻게 해!"
집에 와서 애견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한테 아침에 겼었던 전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이러다 아이(사람)보다 개가 더 많은 세상이 되지 않겠냐고도 했더니 아내가 맞받아쳤다.
"당신은 개띠면서 개를 그렇게 싫어해서 어떡해?"
이런, 그럼 너는 쥐띠라서 쥐를 사랑하냐고 쏴 주려다 참았다. 개를 사랑하는 데 이유 없듯이 개를 싫어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으리. 혼탁한 세상, 그저 개소리나 덜 듣고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