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인의 삶에 관하여
나는 고립되었다.
아파트 안 도서관에 들어가려는데 외부 출입문에 달린 안면 인식기가 나를 거부한다. 때마침 한 남자아이가 내 근처를 쏜살 같이 달려 지나가는데 그 뒤를 여러 명의 여자 아이들이 뒤쫓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아파트 어느 현관 안으로 사라지고 그를 뒤쫓던 여자아이들은 내 주위 정자로 몰려들었다. 한눈에 봐도 성실보다는 불량 쪽이 가까워 보이는 면모다.
누군가 출입하는 사람이 없을까, 문이 열리기 만을 고대하고 있던 차에 아까 그 남자아이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요리조리 피하는 전법이 먹혀들지 않았는지 덩치가 더 큰 여자아이한테 멱살을 잡혔다. 느슨한 틈을 타 잽싸게 360도로 몸을 트는 방법도 써 보지만 단단히 잡혔는지 좀체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윽고 그 장면을 목격한 다른 여자 아이들이 합세하였고 남자아이는 그녀들과 함께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남자아이는 내 막내 아이였다. 잠시 뒤 네댓 명의 여자아이와 막내가 다시 나타났다. 멀리서 손짓하여 막내를 불렀다.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고, 티셔츠의 늘어날 대로 늘어난 목 아래로 곧 핏줄이 터질 것처럼 피부가 붉게 부어 있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자기를 나무란다고 생각하여 입을 다물어 버릴까 봐, 최대한 차분하게 궁금하기 짝이 없는 것을 물었다.
왜 도망 다니냐고 했더니 말이 없었다. 아이들 모두 물통을 하나씩 들고 있던데 물 뿌리고 도망쳐서 널 잡으러 다니는 거냐고 물어봐도 답이 없다. 왜 남자아이는 너 혼자인지 저 여자아이들은 평소에 아는 아이들인지 더 묻고 싶었으나 그만두었다. 막내가 달구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기 때문이다.
"놀지도 못하냐고."
아이의 말에 할 말을 잃고 서 있다가 도서관 외부 출입문 쪽으로 누군가 들어가길래 서둘러 따라갔다. 도서관에 앉았는데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막내는 그 길로 집에 들어갔을까? 노는 방식과 같이 놀던 아이들과의 관계에 관하여 물었을 뿐인데 아이는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을까? 나는 네 아빠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아니라.
도서관이 문을 닫자 갈 곳이 없어졌다. 집에 들어가 보니 아내는 아까 자더니 또 잠자고 있다. 깨어 있을 때 잠자코 있지 않으니 잠자고 있을 때가 훨씬 좋다. 돈은 내가 벌어 오는데, 휴일은 내가 쉬어야 하는데, 어찌 저리도 잠이 많을까. 무작정 집을 나왔다. 갈 곳이 없다. 벗도 없고 낭비할 돈도 없다.
싱그러운 계절, 빛나는 토요일에 그렇게 나는 고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