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삶에 관하여
박현욱 저 《탁구를 읽자》에 보면 <탁구 후의 맥주란>이란 글이 있다.
그는 "탁구를 치고 나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는 그냥 마시는 술과 다르다. 탁구 때문에 맥주를 끊지 못하고 맥주 때문에 탁구를 끊지 못한다"라고 했다.
나른한-나른할 수밖에, 오전에 세 시간 동안 세차-일요일 오후. 바카라을 집어 들었다가 놓고, 어제 마신 막걸리에 이어 맥주를 마신다. 탁구 이야기하는 바카라을 읽었으나 탁구는 못 치고 맥주만 마신다. 저자는 탁구인이기 전에 전업작가이다.
나는 탁구 치고 맥주 마시지만 전업작가가 아님에 감사한다. 탁구나 맥주는 직업과 상관없으나 글쓰기는 다르다. 전업작가는 운동이나 기호 식품을 즐기기만 하기에는 밥줄이 끊기는 위험이 따른다.
주말에도 글을 쓴다. 전업작가가 아니라 글쓰기에 아무 부담이 없지만 2년 넘게 매일 써 온 터라 나 자신에 대한 부담감은 있다. 여태까지는 글 쓰는 시간과 컨디션에 있어 제약이 없었으나 오늘은 여느 때와 조금 다르다.
며칠 전 BTS 공연 실황을 보-여 주-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BTS는 아무 죄가 없다. 실제로 <Butter> 나올 때, 그 직전에 마신 막걸리 기운으로 뻗어서 잤다. 문제는 자정 무렵 잠이 깨고 나서부터였다.
거의 밤을 새웠다. 바카라 보느라? 글 쓰느라? 이도 저도 아니다. 술을 깨니 넷플릭스에 가입했다는 사실만 떠올랐다. 토요일 밤, 잠이 샜는데 무얼 해야 했을까? 동틀 무렵에야 선잠이나마 잠에 들 수 있었다.
한 꼭지 글을 겨우 완성했다. 일상의 패턴이 무너진 것치고는 나름 선방이고, 전업작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고맙다. 지구상의 온갖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 OTT를 한 달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그 반대일까.
그 한 달 동안 바쳐야 할 내 잠, 내 시간, 내 루틴은 어디에서 보상받을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