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인의 삶에 관하여
"그게 아니라~ "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상대방의 말을 무조건 아니라고 단정 짓는 태도는 대화의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온라인 게임에서 거의 매일 '그게 아니다'에 시달린다. 딱히 내가 못나서가 아닌데도 자기가 잘났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듯싶다.
잘난 체를 넘어서 꼰대 취급하는 지경에 이르면 어디에라도 숨고 싶으나 온라인 게임생활이란 게 그리 녹녹치 않다.
하루 종일 스트레스받고 와서 아내와 함께 운동하러 갔다. 가기 전부터 아내는 심신의 피로를 호소하기 바쁜데 그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다.
재미(?) 있게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내가 "온 만신이, 삭신이 쑤신다"라고 하기에 밤샘 근무는 내가 섰는데 왜 네가 그런 소리를 하냐며 타박했다.
곧바로 지하 주차장을 통과해 가는데 마스크도 안 쓰냐며 핀잔하자 아내가 폭발했다.
"자기도 아프면 아프다고 할 것이지, 왜 사람을..." 하며 종종걸음 치며 혼자 가버렸다.
"꿀(물)!"이라고 몇 번을 불러도 소용없었다.
단단히 삐진 모양인데 결혼한 지 20년 넘도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뭐, 그래봐야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겠지, 싶었는데 어럽쇼? 없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전등이 켜져 있다가 꺼지는 게 보였다.
- 1층에서 만나겠지.
엘리베이터는 1층을 그대로 지나쳤고, 혼자 집에 들어간 지 한참만에 아내가 들어왔으나 찬바람이 어찌나 쌩쌩 부는지 다사 한겨울이 닥치는 줄 알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애먼 아내한테 풀었구나. 내가 함부로 하고 싶은 사람을 막 대하지 못해 만만한 아내한테 화풀이했구나. 이윽고 한 상 가득 차려놓고는 아내는 말없이 떠났고, 분명히 집 안에는 있었으나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싫어 떠나는 여인을 뒤에서 불러본 적 있는가. 그토록 치욕은 없겠으나 달리 생각해 보면 그만큼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지는 않았을까 싶을 것이다.
명심하자.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만큼 드러내는 데 힘쓰자. 그리고는 미안했다고, 소중한데 소홀했다고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